제378화
그 말이 떨어지자 분위기가 묘하게 바뀌었다.
박태호는 처음 하는 말이 아니었고 여느 때보다 진심이었다.
박여진은 숨을 크게 들이쉬고 수저를 내려놓았다.
“나가. 앞으로 더 이상 찾아오지 마. 요즘 너희 집안에서 자꾸 연락이 와. 일 더 크게 벌이고 싶지 않으니까 당장 나가.”
박태호와 마주칠 때마다 소란 좀 피우지 말라고 말하지만 어느 한 번 들어준 적이 없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테이블보를 홱 걷어찼다. 정성껏 만든 음식들이 바닥에 쏟아지고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는 연정훈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씩 올렸다.
“난 여진이랑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랐어요. 둘이 왜 사귀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있는 한 결혼은 꿈 깨요. 정훈 씨는 아직 젊잖아요. 다른 사람 만나세요.”
연정훈은 안경을 끼고 차분하게 있다가 박여진의 손을 잡았다.
그의 태도는 분명했다. 박여진 외에는 다른 여자를 만날 리가 없었다.
박태호는 다정하게 손을 잡은 두 사람을 보더니 이를 박박 갈고 숨소리까지 거칠어졌다. 그는 한참 후에야 말을 내뱉었다.
“대체 이 남자가 나보다 나은 게 뭔데?”
“넌 너무 유치해. 난 유치한 남자들 딱 질색이야. 정훈 씨는 너처럼 다짜고짜 남의 집에 쳐들어와서 테이블을 엎지르진 않아.”
박여진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더 난리 치면 해외로 일을 옮길 거야. 안 그래도 요즘 줄곧 고민 중이었어.”
그녀에겐 박씨 가문을 떠날 능력이 있으니 더 이상 참을 필요가 없었다.
순간 박태호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그는 한참 후에야 묵묵히 바닥에 떨어진 그릇들을 줍고 배달 앱을 켜서 음식을 주문했다.
심지어 청소도구를 찾아서 본인이 어수선하게 만든 집 안을 깨끗이 청소하려 했다.
박씨 가문의 귀한 아들 박태호가 언제 이런 일을 해봤을까? 결국 바닥은 청소할수록 더 지저분해졌다.
박여진은 마음이 아팠다. 박태호에게 무관심한 게 아니라 박씨 가문이라는 거대한 벽 때문에, 자신을 키워준 은혜 때문에 무거운 압력을 감당하느라 박태호처럼 모든 걸 내팽개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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