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08화
이진아는 밤새 불면증에 시달릴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잠이 들었다. 그러다가 Z의 꿈을 꾸었다.
줄곧 Z의 얼굴을 본 적이 없었기에 꿈속에서도 칠흑같이 어두웠다. 검은 연기 너머로 그가 그녀에게 따져 물었다.
“왜 날 버렸어?”
처음에는 분노하더니 점차 조심스러워졌다.
“날 버리지 마...”
이진아는 가슴이 저렸다.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었지만 얼떨결에 결혼해버렸다는 사실이 떠올라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녀가 원한 건 아니더라도 어쨌거나 결혼한 건 사실이었다.
꿈속의 장면이 바뀌어 양옥의 테이블이 눈앞에 나타났다.
테이블 옆에 있는 희미한 조명이 테이블 위의 물건을 비추고 있었다. 그건 바로 혼인신고서였다.
이진아는 순간 심장이 조여지는 듯한 느낌에 숨을 쉴 수가 없었다. Z의 반응을 살피려던 그때 이 한마디가 들려왔다.
“해명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꿈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녀는 몹시 당황했다. 심장이 두근거려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이진아, 팔목에 팥 팔찌를 하고 있는 이상 우린 계속 함께할 수 있다고 했잖아. 날 좋아하고 있고 장난하는 게 아니라고 했어. 그리고 네가 했던 많은 말들 모두 기억해, 난. 나한테 거짓말을 한 거였구나. 어떻게 다른 사람이랑 결혼할 수 있어? 넌 날 웃음거리로 만들어버렸어.”
이진아는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힐 정도로 다급해졌다. 해명하고 싶었지만 입을 실로 꿰매기라도 한 듯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다급해진 그녀는 혼인신고서를 찢어버리려고 손을 뻗었다. 찢어버리면 그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것 같아서.
그런데 Z가 천천히 일어나 멀리 가버렸다. 이진아는 재빨리 그 뒤를 쫓아갔다.
“제트, 어디 가?”
그녀는 그의 앞으로 달려가고 싶었다. 하지만 뛰면 뛸수록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점점 멀어졌다.
“넌 날 신경 쓰지 않잖아. 그냥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싶어. 이진아, 네가 평생토록 날 기억하게 만들 거야.”
화들짝 놀라면서 깨어난 이진아는 숨을 헐떡거렸다.
그건 정말로 Z가 할 법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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