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6화
강현우는 본가의 거실로 들어섰다.
오늘 밤 거실에는 강윤석과 집사만 남아 있을 뿐 강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분위기는 사뭇 엄숙했지만 또 너무 살벌한 지경까진 아니었다. 강윤석도 그다지 화난 기색은 아니고 그저 시선을 올리고 강현우를 쓱 훑어봤다.
“이리 와.”
강현우는 휠체어를 타고 천천히 다가갔다.
“네, 아버지.”
강윤석은 음침한 눈빛으로 미간을 문지르다가 한참 후에야 물었다.
“결혼 상대가 이진아라고?”
그동안 수많은 신호들이 아들과 이진아의 관계가 심상치 않음을 암시했지만 그는 모두 무시했다. 어차피 이진아는 강서준과 스캔들이 하도 많으니 강현우가 강서준의 손윗사람으로서 그런 여자를 마음에 둘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다만 결론은 강윤석이 너무나 안일했다.
“네.”
강현우가 아주 솔직하게 대답했다. 이토록 솔직해져 보긴 이번이 처음인 듯싶었다.
사람은 분노가 극에 달할 때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한다.
강윤석이 지금 그랬다. 마치 세상에서 가장 웃긴 농담을 들은 사람처럼 웃었다.
하지만 찻잔을 집어 던지는 대신 탁자 위의 차를 천천히 한 모금 마셨다.
“다 결정한 거야?”
막내아들을 워낙 잘 알기에 이 질문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혼인신고를 먼저 해놓은 걸 보면 심사숙고한 뒤 결정한 일일 터...
“네.”
“진아는 뭐라고 했어? 네 놈과 짜고 날 속인 거야?”
“진아는 원치 않았어요. 제가 강요했습니다.”
강윤석은 찻잔을 든 손이 파르르 떨렸다. 하도 교양이 있으니 망정이지 진작 그에게 집어 던질 기세였다.
강현우는 묵묵히 시선을 내렸다. 자신이 얼마나 충격적인 말을 했는지 전혀 모르는 것처럼.
강윤석은 분노가 극에 달해 되레 웃어 보였다.
“그래, 그동안은 네가 널 잘못 봤구나. 잘 들어, 현우야, 네가 어떻게 이 자리까지 오르게 되었는지 잊지 마라. 동생한테 부끄럽지도 않아? 너를 위해 기꺼이 그림자가 되어 그렇게 위험한 일들을 감당하며 네가 이 자리에 오르는 걸 도왔어. 아직도 네가 다른 사람들보다 운이 좋다고 생각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