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8화

Z는 결국 평범한 서비스업 종사자일 뿐이고 연약하고 감성적인 성격을 가진 밑바닥 인생이다. 그런 그가 자신에게 의지할 때면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사람을 버리면 안 된다는 강렬한 책임감이 느껴졌다. Z는 마치 애견 동물 같았다. 보호받기를 갈망하는 애견 동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저절로 마음이 약해지게 만드는 존재였다. 하지만 강현우는 달랐다. 그의 강대함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누군가가 그를 보호해주고 싶다고 한다면 그건 분명 황당무계한 말일 것이다. 아마도 강현우 본인조차 코웃음을 치겠지. 하여 그런 강현우가 연약한 모습을 보일 때면 마치 맹수가 홀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의 가짜 모습에 속는 순간, 목덜미를 물어뜯어 뼈도 못 추스를 것 같은 섬뜩함이 느껴졌다. 이진아는 자신의 직감을 굳게 믿었다. 그래서인지 강현우가 약한 모습을 보일 때마다 불편함을 느꼈고 도망치고 싶었다. 그의 상처만 아니었다면 일찌감치 도망쳤을 것이다. 굳이 여기에 남아서 불편함을 감수할 필요는 없으니까. 그녀는 조심스럽게 강현우를 부축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강현우는 계속 그녀의 목에 머리를 기댄 채 떨어질 생각이 없었다. 강현우의 무게가 온전히 그녀에게 쏠리는 듯했다. 걸음을 옮기기조차 힘들었고 슬슬 땀이 차올랐다. 기절한 것도 아니면서 왜 스스로 몸을 가누지 않는 걸까? 그녀는 짜증이 밀려왔다. 다만 차에 거의 다 왔을 무렵, 온몸이 굳어버리고 말았다. 방금 목덜미를 스친 뜨거운 숨결은 뭐지? 그녀는 강현우를 거칠게 차 안에 밀어 넣고 싸늘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강현우는 의자에 몸을 기댄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살짝 빨개진 입술에 곧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오해였네!’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서둘러 차 문을 닫고 앞자리에 앉은 주지훈에게 말했다. “출발해요.” 차가 서서히 도로를 주행했다. 이진아는 옆에 앉아 창밖으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을 차마 꺼내지 못했다. 브라운 베이에 도착했을 때, 익숙한 차 한 대가 눈에 들어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