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9화
그녀는 강현우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고 바닥만 멍하니 응시했다.
“지훈 씨 불러서 간호해 드릴까요?”
“됐어. 얼른 가서 자. 괜히 귀찮게 할 필요 없어.”
귀찮게 할 필요 없다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는 이진아를 밀어내고 옷장으로 향했다. 옷이라도 갈아입으려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무언가 떠오른 듯 발걸음을 멈췄다. 곧이어 옷장 가장 구석에 있는 칸을 열더니 샤워가운을 대충 하나 꺼내 들었다.
단지 착각인지 몰라도 이진아는 옷장이 열린 찰나의 순간, 아주 익숙한 옷을 본 것 같았다.
강서준이 예전에 그랬다. 졸업사진을 찍을 때, 그녀 혼자만 졸업 앨범에 교복을 입지 못했다고. 누군가가 그녀의 교복을 훔쳐 갔기 때문이라고.
방금 강현우의 옷장 안에 있던 옷은 혹시 그 교복이 아니었을까?
다만 옷장이 닫히는 속도가 너무 빨라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 그저 배색이 비슷하다는 느낌만 받았을 뿐.
이진아는 애써 그 생각을 떨쳐냈다. 심지어 그런 상상을 하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강현우가 그녀의 교복을 훔쳤다고?
아무리 환생을 거듭해도 그런 짓을 할 사람은 아니니까.
강현우가 샤워하러 들어가자 그녀가 황급히 막아섰다.
“의사 선생님이 한 달 동안 물 닿으면 안 된다고 했잖아요!”
그는 마치 이진아의 말이 들리지 않는 것처럼 욕실 문고리를 떡하니 잡고 있었다.
이에 그녀도 갑자기 솟구치는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뒤쫓아서 욕실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현우 씨, 도대체 왜 이러는 거예요?”
그는 늘 냉철한 사람이 아니었던가? 대체 왜 의사의 말을 거역하는 걸까?
한편 문을 너무 세게 닫다 보니 철컥하고 문고리가 바닥에 떨어졌다.
욕실이 아무리 넓어도 침실만큼은 아니었다.
이진아는 바닥에 떨어진 문고리를 바라보며 어색함에 휩싸인 채 서둘러 몸을 숙였다. 다시 문고리를 집어 들고 문을 열려고 했지만 도통 열리지 않았다. 쾅 닫는 바람에 고장이 난 모양이다.
그녀는 황급히 고개를 들어 강현우를 바라봤다.
강현우는 거울 앞에 서서 그녀의 손에 들린 문고리를 넌지시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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