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1화

그녀가 멍하니 넋 놓고 있을 때 귓가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뭘 보고 있어?” 이진아는 시선을 내리고 또다시 그 말을 꺼냈다. “현우 씨, 저 좀 보내주세요.” 그녀는 정말 Z의 안위가 걱정됐다. 어르신의 분노가 그에게 향하는 것을 막아야만 했다. 다만 강현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Z에 관한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습관적으로 침묵했다. 이진아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 전부터 묻고 싶었던 질문을 내던졌다. “대표님 제트 엄청 싫어하시죠?” 강현우는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 대부분 무심한 태도를 보였다. 마치 그 누구도 그의 마음을 흔들 수 없는 것처럼. 하지만 Z의 존재는 늘 그에게 미묘한 행동들을 불러일으켰다. 적어도 입꼬리가 평소보다 내려가는 편이었다. 다만 이진아는 강현우가 누군가를 싫어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는데 대체 어떻게 Z와 얽힌 걸까? 그녀는 강현우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미세한 표정 변화라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뜻밖에도 이때 아주 솔직한 대답이 돌아왔다. “응. 너무 싫어.” 이진아는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이유 모를 분노가 치솟아서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왜요? 그 사람 현우 씨한테 해코지한 것도 없잖아요.” Z는 대부분 시간을 혼자 지내고 가끔 다크 나이트에 출근하는 것 외에는 외부인과 거의 접촉하지 않는다. 만약 누군가가 그를 싫어한다면 분명 상대의 문제일 것이다. 이진아는 좋아하는 사람 앞에선 이성적인 판단 없이 일방 통행하는 편이다. 강현우가 휠체어를 조종하며 떠나려 하자 그녀가 쫓아갔다. “현우 씨!” 평상시에는 예의 바르게 대표님이라고 부르지만 아주 다급할 땐 그의 이름을 부르기도 한다. 다만 이런 호칭이 왠지 모르게 익숙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제자리에 멈춰 서더니 머릿속에 문득 기억의 파편이 떠올랐다. 강현우, 강현우... 이진아는 미간을 찌푸린 채 그의 뒷모습을 향해 뜬금없이 물었다. “혹시 제가 예전에는 줄곧 현우 씨 이름만 불렀나요?” 강현우는 몸이 움찔거렸다. 그는 두 손을 휠체어에 올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