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9화
이진아는 해 질 무렵에 깨어났다.
창밖의 노을을 바라보며 잠시 멍하니 있다가, 다시금 찾아오는 고통에 얼굴을 찡그렸다.
자고 있을 때는 괜찮았지만 정신이 들면 머릿속이 마치 전동드릴로 파내는 것처럼 아파왔다.
그녀는 잠시 숨을 고른 뒤 문을 열고 나갔다가 마침 들어오려던 강현우와 마주쳤다.
그는 휠체어 없이 서 있었는데 키가 큰 탓에 이진아는 고개를 살짝 들어야 그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검은 셔츠와 검은 바지로 차려입은 그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음울해 보였다.
이진아는 문고리에 잡은 손을 살짝 움직이며 물었다.
“먹을 것 있어요?”
배가 다시 고파졌다.
강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습관처럼 그녀의 손을 잡으려 했다.
이진아는 평소보다 반응이 느려져 피하지 못했고 그의 손에 이끌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넓은 창문 너머로는 마당에서 뛰어노는 두 마리 개와 나무 아래 팔짱을 낀 채 서 있는 소민준의 모습이 보였다.
소민준도 그녀를 발견하자마자 유리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진아야, 괜찮아?”
이진아는 그의 진심이 느껴져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소민준이 급히 그녀 옆에 앉으려던 순간, 강현우가 의자를 뒤로 쓸어버리는 바람에 그만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강현우를 노려보며 화를 참지 못할 듯했다.
강현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의자를 다시 제자리로 밀어 넣고 당당하게 자리에 앉았다.
소민준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이진아 맞은편에 앉으며 속으로 치밀던 분노를 억눌렀다.
“진아야, 그럼 오늘 밤에 놀러 가기로 한 건 어쩔 거야?”
이진아가 잠들기 전에, 밤에 깨면 같이 놀러 가자고 했던 약속이 떠올랐다.
그녀는 강현우를 바라보며 아무 생각 없이 물었다.
“가도 돼요?”
강현우는 그녀의 식기를 닦던 중이었는데 그 말에 손가락이 미세하게 멈췄다.
‘이건... 내게 허락을 구하는 건가?’
그는 눈을 내리깔며 그러라고 짧게 대답했다.
이진아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강현우가 생각보다 소통하기 어렵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그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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