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4화
서이현은 불타는 집 앞에 있는 나무 아래로 몸을 숨긴 채, 안에서 아무도 나오지 않는 모습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하늘이 결국 내 편이었어! 부처님 앞에서 한 말이 통했구나!'
그러나 웃음이 채 가시기도 전에 문득 몇 명의 낯선 사람들이 나타나 불길이 번진 틈새로 휘발유를 들이붓는 것을 보았다.
이진아는 최미경을 안고 탈출하려던 참이었는데 휘발유로 인해 화염이 더 거세게 일어나자 할 수 없이 제자리로 물러섰다.
얼굴이 붉어진 그녀는 더는 그 탈출구를 고집하지 않고 뒤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뒤쪽은 짙은 연기로 앞을 분간할 수 없는 상태였다.
최미경은 계속해서 기침했다.
“이진아, 내 말을 잘 들어. 오늘 너와 나 중 한 명은 반드시 여기서 죽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그 인간은 절대 물러서지 않을 거야. 내가 죽으면 현우가 너를 원망하기를 바랄 거고. 네가 죽으면 그 인간에게는 일거양득이겠지.”
“그 인간이 보낸 사람들이 여길 계속 지켜보고 있을 테니 반드시 안에 누군가 남아있어야만 해. 날 안고는 절대 나갈 수 없어. 현우는 그 인간의 자식이지만 눈에 보이는 건 오직 그 자리뿐이야. 현우의 앞날 같은 건 신경도 쓰지 않을 거야.”
“그러니 너와 현우는... 꼭 행복해야 해.”
최미경은 이진아의 옷을 잡아당겨 자신에게 둘렀다.
“우리 중 하나라도 여기에 남지 않으면 절대 나갈 수 없어.”
이진아는 발걸음을 멈췄다.
“사모님...”
최미경은 그녀의 손을 꼭 잡고 한숨을 내쉬었다.
“넌 이미 누가 한 짓인지 눈치챘을 거야. 나는 그 사람과 수십 년을 함께했는데... 결국 이런 결말이 될 줄은 몰랐어. 어서 가. 이진아. 내가 부탁할게.”
이진아는 목이 메는 듯한 아픔을 느꼈지만 강현우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려왔다.
최미경이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네가 죽으면, 그게 바로 내 큰 죄가 돼.”
그녀는 여전히 이진아의 옷을 걸치고 있었다.
이 거센 불길 속에서도 바깥의 누군가는 여전히 안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진아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사모님, 어서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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