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83화
한윤채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녀는 분명 한윤희라는 여동생을 좋아했다.
오랜 세월 서로 의지하며 살아왔으니 정이 없을 리 없었다.
그러나 한윤희는 너무 순진했다.
순진함이 지나쳐서 차라리 미련하고 답답할 지경이었다.
같은 환경에서 자랐는데 왜 한윤희만 그렇게 태평하게 살아갈 수 있는가.
게다가 그 뒤에는 노현성이 지켜주고 있었다.
친동생이라 해도 질투가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더 심각한 시기 질투였다.
그래서 더 완벽하게 좋은 언니라는 가면을 써야 했고 언제나 보호하고 감싸는 척, 바보 같은 동생을 챙기는 척해야 했다.
이제 한윤희는 죽었다.
게다가 그녀의 죽음조차 자신의 손에 쥐어져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한윤채의 가슴 속엔 말로 다할 수 없는 쾌감이 치밀어 올랐다.
그녀는 손에 든 찻잔을 내려놓으며 뒤에 서 있던 은지에게 당부했다.
“앞으로 말조심해. 우리 둘만 있을 때만 이런 얘기를 하는 거야. 절대로 밖으로 새면 안 돼.”
“아가씨, 걱정 마세요. 다 알고 있습니다.”
은지는 여전히 그녀의 어깨를 주무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힘은 이 정도면 괜찮으십니까?”
은지는 오랫동안 한윤채 곁에 있었다.
일찍이 한윤채의 마음속 깊은 질투를 간파했고 그것을 조금씩 부추겨 지금의 자리에 오르게 만든 장본인.
그래서 그녀는 누구보다 은지를 신뢰했다.
이진아는 그 방에서 한참을 지켜봤다.
밤이 깊어 반쯤 새도록 머물렀지만 한윤채는 지나칠 만큼 조심스러워 단 한 마디 유용한 정보조차 흘리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이재희와 합류했고 둘은 저택 바깥의 잔디밭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약점은 찾았어?”
이진아가 묻자 이재희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집안에서 늘 모범적인 모습만 보였어. 평판도 아주 좋고. 다만 한윤채 씨가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 한 명 있는데 이름은 한채영이야. 그 외에는 다른 사람들과 무난하게 지내지.”
이진아도 이미 그 정도 정보는 들은 바 있었다.
한채영을 납치해 고문이라도 해야 할까?
하지만 그런 방법은 한윤채에게 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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