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85화
박여진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박씨 가문의 두 사람 다 자신이 과거를 캐묻는 걸 분명 불편해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 오늘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물어본 거예요.”
말을 마친 뒤, 돌아서서 걸음을 떼려는 순간 김해영이 문득 이런 말을 내뱉었다.
“너랑 연정훈 결혼식, 날짜는 잡았니? 여진아, 난 네가 빨리 자리를 잡았으면 좋겠구나.”
가슴이 쓰라렸다.
정말 자신이 안정되길 바라는 걸까, 아니면 더는 박태호와 얽히지 않길 바라는 걸까 확신이 서지 않았다.
‘도대체 왜 두 사람은 끝까지 나를 안 좋아하는 거지? 난 나름대로 잘하려고 노력했는데...’
생각이 이어질수록 심장이 묘하게 저렸다.
차에 올라타자마자, 그녀는 창밖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다 담배를 꺼냈다.
그 순간, 전화가 울렸다.
박태호였다.
지난번 크게 싸운 뒤, 한 달 가까이 연락이 끊겼던 사람이니 이제 다시는 연락할 일이 없을 줄 알았다.
이내 통화가 연결되자 수화기 너머에서 잔뜩 취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박여진, 내가 너 없이 안 될 줄 알았어? 웃기지 마. 네가 준 시계? 흥. 난 안 부러워. 진짜 눈곱만큼도 안 부럽다고.”
취해서 하는 말이라고 해도 박여진의 번호를 정확하게 누른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박여진이 심호흡을 하고 전화를 끊으려던 찰나,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의 주인은 바로 유승준.
“올나이트, 자주 가는 방입니다. 이틀째 이러고 있는데 매니저한테까지 연락이 오네요. 저도 이제는 못 말리겠습니다. 계속 박여진 씨 이름만 부르거든요.”
짧은 정적 끝에 박여진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알겠어요. 금방 갈게요. 부탁드려요.”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그녀는 차를 세우고 올나이트로 들어섰다.
문을 열자 소파에 기대 있는 박태호가 한눈에 들어왔다.
마음대로 벗어 던진 재킷, 풀어진 넥타이, 방 안에는 박태호 혼자였다.
곧, 박여진은 다가가 그의 팔을 잡아당겼다.
“일어나.”
그는 손을 뿌리치려다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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