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하지만 이것은 결국 박승민의 착각이었다.
해고 통보를 받은 강하연은 이로 인해 이성을 잃지 않았다.
그녀는 책임자의 모든 말을 차분히 듣고 나서 이내 가볍게 웃었다.
“박승민이 시킨 일이죠?”
책임자는 이마의 식은땀을 닦으며 한숨을 쉬었다.
“강하연 씨, 저는 그저 리더일 뿐이에요. 강하연 씨와 박 대표님의 사랑싸움 문제는...”
“걱정하지 마세요. 괴롭히지는 않을 거예요. 오늘로 그만두겠습니다.”
“강하연 씨, 강하연 씨는 춤에 재능이 있어요. 조금만 노력한다면 언젠가 더 높은 무대에서 다시 볼 수 있을 거예요.”
강하연은 웃으며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사무실을 떠났다.
복도에는 어머니의 젊은 시절 사진이 벽에 붙어 있었다.
사진 속 여성은 환하게 웃으며 트로피를 손에 들고 있었는데 눈빛은 희망으로 가득했다.
이것이 강하연이 가장 얻고 싶었던 상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것은 점점 멀어져 갔다.
“엄마...”
강하연은 손을 뻗어 사진을 부드럽게 만졌다.
“엄마, 저 이제 떠나요. 하지만 언젠가 꼭 돌아올게요. 믿어주세요. 엄마.”
강하연은 액자에 이마를 대고 눈을 감으며 목구멍에 차오르는 씁쓸함과 흐느낌을 삼켰다.
그녀는 자신의 꿈을 이렇게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 마음먹었다.
모든 것이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한 강하연은 심호흡을 한 뒤 극장을 떠났다.
하지만 박승민은 이미 오래전부터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강하연이 나오는 것을 본 박승민은 앞으로 달려가 뭔가 말을 하려 했다.
하지만 강하연은 마치 그를 보지 못하는 것처럼 그의 곁을 지나쳐 갔다.
“강하연!”
박승민은 격분하여 소리쳤다.
강하연이 걸음을 멈추지 않자 박승민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멈춰. 안 그러면 내가 극단 전체를 망쳐버릴 거야!”
이런 어리석은 짓을 박승민이 분명히 저지를 수 있었다.
강하연은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멈췄다.
그녀는 몸을 돌려 냉담한 표정을 짓고 평온하게 말했다.
“무슨 일인데?”
박승민은 심호흡하고 나서 강하연의 앞으로 다가왔다.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거야? 소율이처럼 가끔은 나한테 애교도 부리고 져주면 안 돼?”
박승민의 말투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마치 바람을 핀 사람이 자신이 아니라 강하연인 것처럼 말이다.
강하연은 속으로 웃겼지만 얼굴에는 크게 드러내지 않았다.
“박승민, 우리는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잖아. 네가 날 잘 안다고 생각했어. 엄마가 돌아가신 후 나는 지옥 같은 삶을 살았어. 애교는커녕 슈퍼우먼이 되고 싶을 정도였지. 그런데 넌, 내 고통이 누구 때문에 왔는지 알면서도 소율의 곁에 계속 서 있었잖아.”
강하연의 눈빛이 너무나도 당당해서 박승민은 감히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
그는 떨리는 입술로 계속 중얼거렸다.
“하지만 잘못한 건 소율의 어머니지 소율이와 무슨 상관이 있겠어.”
이 순간, 강하연은 더는 말해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알았다.
박승민의 마음속에서 그녀는 이미 첫 번째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나를 찾은 이유가 뭐야?”
강하연은 심호흡을 하며 이 대화를 최대한 빨리 끝내고 싶었다.
“내일 파티를 열 거야. 너는 꼭 참석해야 해. 네가 오기만 한다면 극단에 다시 돌아와 수석이 되는 걸 고려해 줄게.”
이는 매우 합리적으로 들렸지만 강하연은 그것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느꼈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승낙했다.
“좋아.”
하지만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강하연은 후회했다.
박승민은 그냥 파티라고만 했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다.
강하연은 인파 속에 서서 여러 방향에서 쏟아지는 시선을 느끼며 마치 서커스단의 광대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술잔을 꽉 쥐고 있었지만 사람들의 떠드는 소리를 들었다.
“박승민 씨 왔어!”
“옆에 있는 여자는 누구지? 처음 보는데!”
“바보야! 저거 이씨 가문의 사생아잖아. 강하연 엄마 돌아가시고 데려온 그 애...”
“헐! 박승민이 강하연이랑 약혼한 거 아니야? 이게 무슨 뜻이지...”
강하연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선이 더욱 많아졌다는 것을 명확히 느꼈다.
정면에서, 이소율은 박승민의 팔을 끼고 우아하게 걸어왔다.
그녀는 호화로운 드레스를 입고, 반짝이는 목걸이를 하고 있었는데 마치 진정한 공주님 같았다.
강하연은 박승민이 정확히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몰랐지만 자신이 모욕당했다는 것은 알았다.
그녀는 떠나고 싶었지만 박승민의 말을 떠올리며 발걸음을 멈췄다.
박승민이 막 도착하자 모두가 그에게 몰려들었고, 이소율까지도 환영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강하연은 잠시 편안함을 느끼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소율의 달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언니도 춤을 잘 춰요. 저보다 더 잘해요. 다들 이렇게 즐거운데 제 언니에게 춤 한번 추라고 하는 게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