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69화
안풍 친왕
호랑이 위에 앉은 나이든 사람은 청색 옷을 입고 있고, 거리가 좀 멀어서 이목구비는 잘 보이지 않지만 윤곽은 약간 태상황과 닮았고 머리카락은 흰색이 아니라 온통 삼단처럼 검었다. 가까이 올 수록 그의 붉고 반들거리는 얼굴을 볼 수 있었는데 태상황보다 열살은 어려 보였다.
‘제왕은 정말 인간이 할 짓이 못되는 구나’ 절감하는 순간이다. 황제로 몇 십년 있더니 태상황은 도대체 얼마나 망가진 거야?
안풍 친왕이 호랑이를 타고 점점 다가오니 이목구비가 또렷하게 보이는데, 눈매는 우문호와 상당히 닮았으나 안풍 친왕의 눈빛은 이상하리 만치 예리했고, 치켜 올라간 눈썹에 몇 가닥이 길게 자란데다 굵고 엉클어진 눈썹이라 인상이 사나웠다. 심지어 그가 타고 있는 호랑이보다 훨씬 사나워 보였다.
안풍 친왕은 몸집이 커서 사람을 제압하는 기세가 있고, 아무렇지도 않게 호랑이 등에 타고 일행을 눈으로만 훑어봤지만, 사람들은 무릎에 힘이 풀리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만약 무릎이 후들거리는 게 백수의 왕 호랑이 때문일 수도 있는게 다들 이렇게 큰 호랑이는 본 적이 없었다. 사이즈는 말 한 필에 필적하는데 말보다 건장한 것이 눈앞에 높다랗게 버티고 서 있는 것이다!
시녀는 예를 취하고 원경릉 일행의 신분을 밝히니 안풍 친왕이 약간 몸을 앞으로 숙이고 원경릉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노골적으로 흉악하게, “다섯째 며느리라고?”
목소리에서 위엄이 뻗쳐 났다. 아마도 이 광활한 산 때문에 마치 메아리에 여진이 생긴 것처럼 들은 사람의 심장을 울려, 원경릉은 얼른 앞으로 나가 예를 취하는데 좀 무서웠다. “원경릉 안풍 친왕 전하를 뵙습니다.”
“됐다, 갈 길 가!” 안풍 친왕이 말하고 호랑이를 톡 건드리니 앞으로 휙 도약하며 몇 장(십여m)을 훌쩍 뛰더니 내려서서도 멈추지 않고 그대로 앞으로 뛰어올라 금새 매화 숲속으로 사라졌다.
사식이가 죽을 만큼 놀라서, “아이고머니나, 호랑이 때문에 놀라 죽을 뻔 했네, 매화장은 이렇게 아름다운데 어떻게 호랑이 아니면 흉포한 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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