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84화
소녀와 이리 나리
이리 나리는 ‘아저씨’란 말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째려보는데 소녀가 ‘아저씨’라고 부른 사람은 분명 자신이다. 이럴수가 저 인간 봉사인 게 분명하다.
아니면 이건 이 세상에서 가장 극악무도한 저주 아닐까?
이리 나리는 서른이 되도 세상의 풍파에 실오라기만큼도 영향을 받지 않은 완벽하다 못해 거의 경악할 수준으로 완벽한 외모가 가장 큰 자랑이었다.
그래서 순간 화를 내야 한다는 것도 잊고 충격이 너무 큰 나머지 ‘아저씨’가 마음속에서 계속 메아리 치고 있었다.
“야 꼬맹이, 꼬맹이 놈이!” 이리 나리는 정신을 차리고 심오한 눈빛을 일렁거리며 자기가 아는 가장 강렬한 욕을 퍼부어 주었다.
소녀는 크게 화가 나서, “전 꼬맹이 아니거든요, 올해 열 여섯, 시집갈 수 있는 나이라고요!”
소녀가 화가 나자 품에 눈늑대도 이리 나리에게 어금니를 드러내고 당장이라도 물어뜯을 기세다.
이리 나리는 맥이 탁 풀리는 게, 이 소녀는 눈늑대에게 아무것도 안 줬는데도 이렇게 말을 잘 듣는데, 자기는 이번에 이렇게 많은 비단을 갖다 바치고 고기까지 한 냄비 사줬는데 ‘양의 탈을 쓴 늑대’라 더니 진짜 늑대 이놈들.
“너……” 이리 나리는 분을 꾹 참고 소녀의 빨간 사과처럼 잔뜩 화가 난 얼굴을 바라보며, “눈늑대가 왜 네 말을 듣는 거야?”
소녀가 별처럼 초롱초롱한 눈으로 코웃음을 치며, “눈늑대는 아무하고나 잘 지내요, 나쁜 사람만 빼고요, 쟤들이 당신을 좋아하지 않는 걸 보니 당신은 분명 나쁜 사람이에요.”
이리 나리는 허탈해 졌다. 경단이 늑대에게 이리 나리는 당연히 좋은 사람이 아니다.
이리 나리가 침울하게 돌아가려 는데 소녀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기다려요.”
이리 나리가 돌아서서 소녀를 봤다.
소녀의 눈은 이리 나리의 허리춤에 있는 옥피리에 가 있다, “옥피리가 예쁘네요, 저한테 파시면 안돼요?”
이리 나리는 원래 관대한 사람이고 옥피리가 딱히 진귀한 것도 아니라, 기껏해야 재물일 뿐 별로 귀한 것도 아니니 빼서 소녀에게 주며, “너 가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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