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092화
요부인과 훼천
요부인은 전의 냉정했던 모습과 달리 아름다운 눈빛에 새빨간 입술은 핏빛 꽃잎처럼 눈을 뗄 수가 없다.
하지만 지금 훼천이 다가가면 요부인이 정신이 든 후 분명 죽으려 들 것임을 알았다.
단지 요부인의 팔이 물뱀처럼 감겨 드는데 훼천이 어떻게 참아낼 수 있겠어? 훼천은 눈앞에 캄캄해 지고 ‘에라 모르겠다. 요부인이 후회하면 자신이 자진해서 대가를 치르면 되지.’
훼천은 원래 성인군자도 아니고 이생에서 겪어보지 않은 게 없다. 삶과 죽음, 칼에 피를 묻히며 살았지만 여자를 안아본 경험만큼은 없다. 이토록 아름다운 모란꽃 아래서 죽을 수만 있다면 이 생에 별반 미련은 없다.
훼천은 한 손으로 요부인을 안고 나무 침대로 가는데 이미 뒤돌아보지 않는 눈빛이다.
광란이 물러가고 요부인이 정신을 잃은 지 한참 뒤 천천히 일어나 앉았는데 훼천이 검 하나를 건넸다.
고개를 들어 훼천을 보니 아직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하고 단단한 가슴팍이 드러난 채 결연한 눈빛으로, “제가 부인의 정절을 더럽혔습니다. 절 죽이세요. 피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이 일은 영원히 아무도 모르니 부인의 명성에 영향을 받을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요부인이 칼을 받아 바닥에 던지고 천천히 일어나 훼천을 마주하고 옷을 전부 갖춰 입은 후, 고개를 들어 훼천을 보는데 훼천도 눈을 내리깔고 요부인을 돌아봤다.
요부인이 평온한 목소리로, “이 일은 자네가 말하지 않고, 내가 말하지 않으면 아는 자가 아무도 없네. 자네를 죽일 필요 없어.”
훼천이 놀라서, “절 원망하지 않으십니까?”
요부인이 고개를 흔들고, “자네는 나를 구했지. 난 시비를 가리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야. 만약 자네가 오지 않았다면 벌써 그 악당에게 모욕을 당하고 목숨도 보존하지 못했을 거야.”
훼천이 요부인을 보는 눈빛이 복잡하다, “부인께서 깨어나면 절 죽이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자네를 죽일 거라고 생각했으면서 왜 도망가지 않았나? 어쩌자고 날 신경 써? 도망갔으면 자네도 여자 걱정은 틀림없이 하지 않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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