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276화
평남왕 세자
우문호가 큰 걸음으로 다가가 그제서야 탕양을 발견했다는 듯 살짝 놀라며 곧 냉랭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세자 저하, 저에게 필요 없는 개를 어째서 끌고 가셨는지요? 쓸 사람이 부족하면 저에게 언질만 주시면 될 것을 어찌 쓰레기를 주우셨습니까?”
탕양이 얼굴을 붉으락푸르락하며 분노에 차서 낮게 이를 갈며 말했다.
“전하 어찌 사람을 이토록 업신여기십니까?”
우문호가 콧방귀를 뀌며 옷자락을 떨치고 앉아 평남왕 세자를 마주하는데 평남왕 세자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개는 전하께서도 필요 없다고 하시니 제가 데리고 가서 문을 지키게 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개의치 않으시지요?”
“그럼요, 세자 저하께서 필요하시면 얼마든지 끌고 가시지요. 하지만 한 말씀 드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니.”
우문호가 탕양을 위아래로 훑어보고 혐오스러운 기색으로 말했다.
“어떤 개들은 말이죠, 키워도 정이 들지 않고 언제 물지 몰라 조심해야 합니다.”
평남왕 세자가 우문호에게 차를 따라 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개는 원래 충성스러운데 만약 개가 주인을 물었다면 그건 분명 주인이 너무 박정하게 대했기 때문일 겁니다.”
평남왕 세자는 찻주전자를 내려놓고 찻잔을 들어 함박웃음을 지으며 우문호에게 말했다.
“그리고 만약 정말 그런 의외의 일이 생기면 때려죽이면 되는데 열 받을 게 뭐가 있습니까?”
말하는 도중 한 명이 계단을 서서히 오르는 것이 보였다.
손에는 옥피리를 들고 온통 붉은 옷을 입고 가늘고 긴 봉황 눈매는 싸늘하고 그윽한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살기가 좌중을 압도했다.
평남왕 세자가 그를 보고 얼굴에 갑자기 먹구름이 짙게 깔리더니 만치 번갯불이 번쩍하듯 날카로운 눈에 살기가 넘쳐흘렀고, 얼굴 근육이 파르르 떨리며 이마에 푸른 힘줄이 불끈 튀어나오다 못해 눈가까지 벌겋게 달아올랐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자 소리 없는 칼부림이 오간 듯 공기 중에 살기가 쫙 퍼졌다.
“세자 저하, 친한 벗과 같이 저녁 수라가 약속되어 있는데 같이 하셔도 괜찮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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