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57화
유정은 어음을 받은 후 유숙의 분부에 따라 부중의 땅굴에 숨겼다. 의관과 사재기한 약들을 모두 판 후 경성을 떠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유정 몇 형제는 지금 많은 돈을 얻으니 또 경성을 떠나고 싶지 않아졌고, 그날 저녁에 약속을 하고 삼화루에서 놀았다.
유숙도 그들이 저녁에 나가고 난 뒤 어둠 속을 헤쳐 나갔다.
그는 찻집 안의 별채 사랑방에 도착했다. 사랑방은 양 면이 막혀있었고, 측면은 가림막으로 가려져 있다. 앞에는 난간이 하나 있었고 찻집 마당의 평서(評書) 선생을 마주하고 있다. 이곳은 귀인이 앉는 자리다. 이곳에 오려면 차 한 주전자에 한 냥을 써야 한다.
그는 차를 한 주전자를 주문하고 평서를 들었고, 다 들은 후에 다 박사(茶博士)를 불러 평서 선생에게 열 냥의 상을 내리고는 담담하게 말했다.
"선생을 당장 나에게 모셔오거라!"
다 박사는 열 냥의 돈을 보고 눈이 빠질 것 같았다. 이렇게 통쾌한 손님을 본 적 없었기에 바로 고맙다고 예를 올리고는 평서 선생을 찾으러 갔다.
평서 선생은 손님이 단번에 열 냥의 상을 내린 것을 보고 다 박사를 따라 사랑방으로 향했다.
가림막을 젖히고 들어가 평서 선생은 바삐 몸을 굽혀 감사함을 표했다.
유숙은 담담하게 눈을 들어 말했다.
"앉으시게나!"
"저..."
평서 선생은 손님이 귀인 같지는 않아 보였지만 손이 크다 보니 말에 따라 앉아서 조심스럽게 차를 시중들었다.
"손님께서는 차를 드시지요!"
유숙은 다 박사를 보내고 소매 주머니에서 어음 한 장을 더듬어 꺼내 천천히 밀어냈다.
평서 선생은 그 어음의 가치가 천 냥 인것을 보고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손님, 이것은..?"
"나를 도와 일을 하게나. 일이 잘 되면, 두 배의 보수를 주겠다네!"
유숙이 그를 보면서 말했다.
평서 선생은 바로 가지지 않고 오히려 먼저 물었다.
"손님께서는 소인에게 무슨 일을 시키려는 것이옵니까?"
유숙은 그를 보며 천천히 웃기 시작했다.
"걱정 마시게, 너무 어렵지 않을 것이네, 그저 몇 마디만 하면 되는 일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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