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제15화

유재훈은 발걸음을 뚝 멈췄다. 그러다 고개를 살짝 돌려 상대를 흘끗 바라봤을 뿐인데 눈빛 하나에 변호사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변호사는 강나리와 아는 사이였기에 유재훈을 만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예전처럼 예의를 갖추는 게 아니라 노골적으로 날을 드러냈다. “그럼 나리에게 이렇게 전해주세요. 이런 헛된 생각은 하지 말라고.” 말을 마친 그는 창백한 손으로 이혼 합의서를 받아 들더니 망설임 없이 찢어 버리고는 조각난 종이를 그대로 비서에게 넘겼다. “버려요. 약속을 어긴 건 제가 맞지만 이혼은 안 됩니다. 제가 죽지 않는 한.” 강나리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냉정할 수 있는지 원망하고 싶었지만 끝내 그녀를 놓지 못했다. 그날, 회사 일을 모두 정리한 뒤 유재훈은 비서에게 차를 돌리라고 했다. 목적지는 절, 산 아래에 도착하자 그는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비서는 몇 번이나 그를 말리려다 결국 못 참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대표님, 몸 상태가...” “괜찮아.” 유재훈은 정장을 벗어 내려놓으며 말했다. “내가 나리에게 한 짓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이내 그의 머릿속에 영의정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두 사람의 인연은 이미 끊어졌다는 말. 그래서 유재훈은 간절하게 기도했다. “이생에 제 아내는 오직 강나리 한 사람뿐입니다. 부디 허락해 주십시오.” 그날 도시 전체가 알게 되었다. 유재훈이 3000개의 계단을 하나하나 무릎을 꿇으며 올라 아내의 용서를 빌고 있다는 사실을. 학교도 알고 있었지만 강나리가 미리 못 박아 두었기에 아무도 감히 입에 올리지 못했다. 수업이 끝난 뒤, 사무실에서 정리하고 있는데 동료가 그녀를 붙잡았다. “나리야, 아직도 화가 나 있는 거야? 유 대표님, 이번엔 진짜 마음 쓰는 것 같던데? 이거 봐.” 동료는 유재훈이 무릎을 꿇고 산을 오르는 영상을 강나리에게 보여주었다. 사실 예전 같았으면 마음이 크게 흔들렸을 것이지만 지금의 강나리는 그저 옅게 웃으며 화제를 돌렸다. “어쩌면 다른 이유일 수도 있지.” 사람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