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화
그는 주변을 둘러본 뒤, 호출 벨을 눌렀다.
“내가 얼마나 혼수상태로 누워 있은 거지? 나리는?”
유재훈은 다가오는 비서를 보며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곧, 함께 들어온 간호사가 그를 다시 침대에 눕히며 입을 열었다.
“아직 몸이 많이 약하세요. 무릎 부상도 완전히 낫지 않았으니 현재로선 안정하셔야 합니다.”
유재훈이 미간을 잔뜩 찌푸리자 비서가 급히 설명했다.
“사모님께서 오셔서 수술 동의서에 서명하셨습니다. 다만 무릎은 치료가 되는데 토혈 증상은 아직 원인을 못 찾았답니다. 의사 말로는 기가 허해 이럴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이 모든 건 하늘의 뜻을 어긴 자에 대한 벌이자 스스로 감당해야 할 대가였기에 그는 크게 실망하지도 않았다.
“나리 왔다고? 지금은 어디 있는데?”
희망이 가득 찬 목소리, 집요할 정도로 강나리만 찾는 유재훈의 모습에 비서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다시 돌아가셨습니다.”
결국, 비서는 결국 강나리의 말을 그대로 전하지 못한 채 대신 사업 이야기만 꺼냈다.
“사모님께서 프로젝트는 더 이상 막지 말아 달라고 하셨습니다.”
“그럼 직접 와서 말하라고 해.”
유재훈은 쉰 목소리로 말하며 주먹을 꽉 쥐었다.
그 후 이틀 동안, 부상 때문에 유재훈은 침대에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계속되는 치료로 인해 무릎은 나았지만 토혈은 점점 심해졌고 횟수도 늘어만 갔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빌었던 소원을 떠올렸다.
강나리가 다시 자신을 돌아봐 주길 바라지도 않았지만 그녀와 함께하는 시간이 조금만 더 길어지길, 그리고 그녀가 자신을 용서해 주길 간절하게 바라며 빌었던 소원.
유재훈은 방황과 공허함이 섞인 눈빛으로 창밖만 멍하니 바라보다 후회의 감정이 물밀듯 밀려왔다.
조선시대, 그는 강나리를 잊었고 현대에 와서도 또다시 사람을 잘못 알아봤다.
한때 사랑했던 사람을 멀어지게 만든 건 결국 자기 자신이었다.
가슴이 무거운 돌덩이에 짓눌린 듯 무거워진 유재훈은 기침을 하다가 옆에 있던 휴지를 집어 들었지만 결국 선혈은 바닥에 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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