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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화

송유리는 황이진을 바라봤다. 그녀의 표정은 어딘가 불편해 보였다. ‘설마 아까 했던 말들을 주호진 선생님이 다 들은 걸까?’ 그런데도 주호진은 아무렇지 않은 듯, 조용히 병상 앞으로 걸어갔다. 이금자의 상처를 살피고 의료 장비의 수치를 확인하는 손길은 여전히 차분하고 정확했다. 그의 얼굴엔 어떤 감정도 드러나 있지 않았다. “환자 상태는 안정적이에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잠시 병실 안이 조용해졌다. 침묵을 깨고 송유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선생님, 오늘 정말 감사합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주호진은 병상 옆에서 차트를 정리하고 몇 자를 적었다. “상황 생기면 언제든 연락하세요.” “네. 신세 많이 졌습니다.” 주호진은 가볍게 웃었지만, 그 웃음은 입꼬리만 움직였을 뿐 눈까지는 닿지 않았다. 겉으론 평온해 보였지만, 속으로는 수많은 감정을 꾹꾹 눌러 담은 표정이었다. 그는 더는 아무 말 없이 병실을 나갔다. 조미정은 이미 돌아와 이금자의 생활용품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녀의 눈가는 붉게 젖어 있었고 혼잣말하는 목소리엔 떨림이 배어 있었다. “진짜... 이렇게 고비를 넘기실 줄이야. 정말 복 많은 분이셔. 앞으로는 부귀영화만 남았을 거야.” 송유리는 그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조미정은 오래도록 이금자 곁을 지켜온 사람이다. 정이 안 들 수가 없었다. 송유리는 그녀에게 조용히 위로의 말을 건네고 나서, 말을 할 수 없었던 이금자에게도 가까이 다가가 조심스럽게 인사를 전했다. 이금자는 눈을 감은 채로 송유리의 목소리를 듣고 눈을 천천히 한두 번 깜빡이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시간이 늦어지자, 송유리와 황이진은 이금자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병실을 나섰다. 병동을 빠져나와 복도를 걷던 중, 송유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진 언니, 다음 주 금요일 오후에 시간 돼요?” “금요일 오후... 음.” 황이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날은 힘들 것 같아. 어제 손님 한 분이 고급 주택 계약금 걸었는데, 금요일 오후에 계약서 쓰러 오기로 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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