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8화
“두 사람, 이제 가려는 거예요?”
“네.”
“마침 나도 나가려던 참인데... 태워다줄까요?”
송유리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황이진을 바라봤다. 그러자 황이진이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괜찮아요. 저희는 택시 타고 갈 거예요.”
주호진의 눈빛에 마지막 남은 기대가 스르르 꺼져갔다.
그의 입가에 떠오른 웃음은 어딘가 쓸쓸했고, 말에는 체념이 스며 있었다.
“그래요. 조심히 들어가요.”
“네. 안녕히 계세요.”
황이진은 송유리의 손을 잡고 병원을 나섰다.
밖으로 나오자, 송유리가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진짜 안 태워달라고 할 거예요? 그냥 한 번 타고 가도 되잖아요. 차비도 아끼고...”
“됐어.”
황이진의 대답은 짧고도 단호했다.
송유리는 더 말하지 못하고 황이진을 택시에 태워 보낸 뒤, 길가에 혼자 남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대의 마세라티가 조용히 그녀 앞에 멈춰 섰다.
창문이 천천히 내려가며, 고인성의 차가운 얼굴이 드러났다.
그는 고개를 살짝 돌려 송유리를 보며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말했다.
“내가 같이 가겠다는데 싫다 그러고 할머니 병문안은 아예 오지도 말라고 하고... 내가 그렇게 창피해?”
‘왜 이렇게 말투가... 살짝 화난 것 같지?’
송유리는 능숙하게 차 문을 열고 타올랐다. 그녀는 안전벨트를 매고 눈웃음을 띤 채 고인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게 다 인성 씨를 위한 거죠. 우리 관계 비밀로 하자는 것도 인성 씨가 먼저 제안한 거고, 계약서에도 그렇게 쓰여 있잖아요. 같이 있는 거 들키면 인성 씨가 곤란하잖아요?”
“기억은 잘하네.”
“그럼요. 고용주의 요구는 항상 정확하게 기억해 놓아야죠. 그게 진짜 프로의 자세 아닐까요?”
“직원?”
“네. 저는 인성 씨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고 인성 씨는 저에게 돈을 주는 분이니까요. 완벽한 고용주와 직원의 관계잖아요? 저는 받는 사람, 인성 씨는 주는 사람이니, 당연히 인성 씨가 고용주 아닐까요?”
고인성의 미간이 단단히 찌푸려졌다. 그는 긴 손가락으로 운전대를 툭툭 두드리며 낮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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