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5화
“자, 영수증 잘 챙기시고 가방에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네.”
“포장해드릴까요?”
“그래요.”
방금 카드로 900만 원을 긁은 것만 생각하면 안색이 환해질 수가 없었다.
매장 직원이 가방을 미처 포장하기도 전에 한유현의 휴대폰이 미친 듯이 울려댔다. 매장이 워낙 넓은지라 메아리까지 울렸다.
휴대폰을 꺼낸 순간 그녀는 몸을 움찔거렸다.
‘엄마야!’
무음 모드로 바꾸고 싶지만 이미 벨 소리가 울려서 마지못해 받았다.
“여보세요...”
“너 미쳤니? 무슨 가방을 900만 원이나 주고 사? 엄마, 아빠가 얼마나 힘들게 돈 버는지 몰라? 아니 어떻게 단번에 900을 긁냐고? 당장 환불해! 당장!”
“알았어요...”
전화를 끊은 그녀는 엄마 핑계를 둘러대며 환불하려고 했다. 돈을 냈지만 아직 매장을 벗어나진 않았으니 불가능할 것도 없었다.
겨우 용기 내서 환불하려고 할 때 송유리가 넌지시 입을 열었다.
“너무 비싸서 감당이 안 되면 그냥 환불해!”
황이진도 한 마디 덧붙였다.
“그러게. 돈 없으면 환불하면 되지. 괜히 집에 돌아가서 엄마한테 한바탕 혼나지 말고, 하하!”
재차 자극받은 한유현은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체면이 무엇보다 중요한 그녀였기에 환불은 가슴 깊숙이 집어삼켰다.
“그럴 리가. 돈까지 냈으니 이 가방 내 거야.”
옆에 있던 직원이 자상하게 말했다.
“손님, 돌아가셔서 절대 택 뜯으시면 안 돼요.”
“왜요?”
“그럼 환불할 수 없거든요.”
직원은 교과서에 나올 법한 자본주의 미소를 지었다.
송유리와 황이진도 불난 집에 부채질해댔다.
“집에 돌아가긴 뭘, 그냥 지금 바로 환불해도 돼. 피차 번거롭지 않게 말이야.”
“그러게. 이번엔 적어도 줄 설 필요는 없잖아. 다음에 오면 또 줄 서서 환불하고 얼마나 귀찮겠어?”
“환불해, 그냥. 네 카드에 돈 있는 거 다 아니까 괜찮아.”
“적당히 이쯤에서 끝내자. 이래서 인간은 잘난 척이 과하면 안 되는 거야.”
한유현은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돈을 다 냈는데 이번엔 환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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