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제3화

권서아는 길가에 서 있었다. 두 눈은 퉁퉁 부어올랐지만 이제는 더 이상 짜낼 눈물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그때 갑자기 양아치 몇 명이 비틀거리며 다가왔다. “어이, 아가씨. 왜 여기서 혼자 울고 있어? 남자한테 차이기라도 했나?” 그 말에 다른 양아치들도 덩달아 낄낄거리며 비웃었다. “그러게 말이야. 이렇게 서럽게 울다니. 오빠들이랑 놀자. 기분 확 풀어줄게!” 그들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권서아를 에워싸고는 팔을 잡아끌며 강제로 데려가려 했다. 차 안에 앉아 있던 김도균이 급브레이크를 밟자 옆에서 배수진의 의아해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균 오빠, 저 여자애 알아요?” 김도균의 눈동자에는 짜증과 안쓰러움이 교차했다. 잠시 망설이던 그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몰라.” 그는 곧장 차를 출발시켰다. 하지만 권서아의 옆을 지나치는 찰나, 그녀의 붉어진 눈과 시선이 마주쳤다. 눈이 마주친 순간 권서아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녀는 그대로 차를 몰아 떠나는 김도균의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심장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듯 선혈이 미친 듯이 쏟아져 나왔고 고통은 이내 감각을 마비시켰다. 하지만 그녀는 슬퍼할 겨를도 없이 양아치들에게 붙잡혀 숲속 깊은 곳으로 끌려갔다. 권서아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돌아온 것은 매서운 뺨 세례였다. 순간 입가에서 피가 터져 나왔고 눈앞이 캄캄해진 그녀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양아치들은 권서아를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그들은 권서아를 숲속 깊은 곳으로 끌고 들어갔다. 겉으로 드러난 살결은 거친 돌덩이에 긁혀 찢겼고 바닥에는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만큼 참혹한 핏자국이 남았다. 권서아는 살을 파고드는 통증을 견디며 반격할 무기를 찾았다. 마침내 손에 돌덩이 하나가 잡혔고 남자가 몸을 숙여 다가오는 순간 그의 머리를 내리쳐 커다란 상처를 냈다. 하지만 아무리 무기가 있다고 한들, 가녀린 여자 혼자서 성인 남성 여럿을 상대할 수는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권서아는 기력을 다하고 말았다. 머리가 깨진 남자가 똑같이 돌을 집어 들고 그녀를 향해 내리쳤다. 그러자 이마에서 흘러내린 피가 그녀의 시야를 가렸다. 의식을 잃기 직전, 권서아의 귀에 옷가지가 찢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익숙한 침실 천장이었다. 밤새 곁을 지키던 김도균은 권서아가 깨어난 것을 확인하자마자 다급하게 손을 맞잡았다. “자기야, 드디어 일어났네. 다행히 내가 제때 도착했어. 어디 더 불편한 데는 없어?” 흐릿하던 시야가 서서히 초점을 찾았다. 권서아는 힘겹게 눈을 깜빡이다가 김도균의 걱정 어린 눈과 마주했다. 그 순간, 가슴과 코끝이 동시에 찡해지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도균 씨, 뭐라 설명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다. 추궁하는 듯한 그녀의 눈빛에 김도균은 얇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고 그의 눈동자는 심연처럼 깊고 어두웠다. “자기야, 자기도 우리 사이의 거리를 잘 알잖아. 김씨 가문의 후계자로서, 신분도 지위도 없는 여자를 아내로 맞을 수는 없어. 배수진은 배씨 가문의 아가씨야. 난 그 여자와 결혼해야 해. 하지만 너와 끝낼 생각은 없어. 걱정하지 마. 배수진이 네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게 할 테니까.” 너무나 진지한 그의 눈빛에 권서아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그녀는 아픈 목을 가다듬으며 계속 물었다. “도균 씨, 그럼 난 뭐예요? 당신 정부예요?” 이미 떠나기로 마음먹었음에도 확실한 대답을 듣고 싶었다. “우리 관계를 어떤 호칭으로 정의하는 건 정확하지 않아, 자기야. 넌 그냥 내가 널 사랑한다는 것만 알면 돼.” 김도균은 다정하게 속삭이며 권서아의 뺨을 어루만지려 했으나 권서아는 고개를 돌려 피했다. 김도균의 대답을 듣는 순간, 그녀의 심장에는 커다란 돌덩이가 매달린 듯 끝없는 심연으로 가라앉았다. 그녀는 고개를 돌린 채 담담하게 말했다. “난 다른 사람의 내연녀가 되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까 우리 헤어져요.” 그 말에 김도균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으며 눈빛이 사납게 돌변했다. 그는 권서아의 턱을 거칠게 움켜쥐고는 강제로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게 했다. “자기야, 나한테 이런 식으로 투정 부리지 마. 말했잖아. 내가 결혼한다고 해서 우리 관계가 달라지는 일은 없을 거라고.” 말투도 표정도 담담했지만, 눈 속의 소유욕은 오히려 더 짙어졌다. 권서아의 완강한 눈빛을 보던 김도균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입가에 묘한 미소를 띠었다. “아직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든 모양이네. 그렇다면 몸으로 이해시켜 줄 수밖에...” ‘찰칵’ 소리와 함께 김도균은 벨트를 풀어 옆으로 던져버렸다. 그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아챈 권서아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김도균에게 손목을 붙잡히고 말았다. 그녀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소용없었다. “저리 가요!” “자기야, 반항하지 마. 너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말을 마친 그는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다정하게 입을 맞췄다. “자기야, 영원히 나를 떠나지 마...” 김도균은 그녀의 귓가에 낮게 읊조렸다. 그 목소리에는 병적인 소유욕이 서려 있었다. 방 안에서 옷이 찢어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고 권서아는 고통스럽게 두 눈을 감았다.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