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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옷이 찢겨 나가자 상처투성이가 된 권서아의 몸이 드러났고 끊임없이 배어 나오는 붉은 피가 보는 이로 하여금 섬뜩한 기분이 들게 했다. 순간 김도균의 손이 멈칫했고 그의 눈에는 죄책감이 서렸다. “자기야, 미안해...” 그날 이후, 김도균은 권서아가 떠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지 온종일 그녀의 곁에 붙어있었고 한 걸음도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동행이라기보다는 감금에 가까웠다. 그렇게 4일째 되던 날, 김도균은 다이아몬드 반지를 꺼내 들고 그녀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자기야, 엿새 뒤면 내 결혼식이야. 비록 신부는 네가 아니지만, 내 마음속 깊은 곳엔 언제나 네 자리가 있을 거야.” 권서아는 어이가 없어 실소를 터뜨렸고 커다란 눈망울로 그를 빤히 바라보는 모습이 마치 한 편의 우스꽝스러운 코미디를 보는 듯했다. 하지만 그녀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고 김도균이 자신의 약지에 반지를 끼우도록 내버려두었다. 순종적인 권서아의 모습에 김도균은 만족스러운 듯 미소 지으며 그녀를 품에 안았다. “그래, 이래야지. 착하다, 우리 자기.” 이어진 이틀 동안 두 사람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예전처럼 다정한 연인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엿새째 되는 날, 김도균은 완전히 안심했는지 더 이상 그녀를 가두지 않았다. 김도균이 집을 나서자 권서아 역시 결혼식 날 그에게 선물할 몇 가지 큰 선물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날 밤, 김도균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른 새벽, 권서아는 갑자기 쏟아진 물벼락에 정신이 번쩍 들며 잠에서 깨어났다. 그녀는 황급히 눈을 떴고 온몸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통증에 순식간에 정신이 맑아졌다. 권서아는 그제야 자신의 몸에 뿌려진 것이 보통 물이 아니라 소금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머, 깨어났어?”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고개를 든 권서아의 눈에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배수진의 기세등등한 얼굴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뒤에는 건장한 남자 두 명이 버티고 서 있었다. 권서아는 그들을 단번에 알아봤다. 바로 예전에 자신이 배수진을 위해 정성껏 골라주었던 경호원들이었다. 권서아는 당시 누군가 자신을 스토킹하고 괴롭힌다며 울먹이던 배수진이 안쓰러워 곧바로 경호원 둘을 붙여 그녀를 보호하게 했다. 그런데 자신의 선의가 배수진의 손에서 자신을 해치는 날카로운 흉기가 되어 돌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배수진은 팔짱을 낀 채 멸시 섞인 눈빛으로 권서아를 내려다보았다. “배수진, 너 미쳤어?” 권서아는 소금물을 씻어내기 위해 욕실로 향하려 했지만, 문 앞에 다다르기도 전에 배수진에게 머리채를 잡혔다. “지난번에 공원에서 준 교훈이 부족했나 보네. 그 양아치들이 널 아주 죽여놨어야 했는데. 김도균한테 약혼녀가 있는 걸 알면서도 뻔뻔하게 여기서 살고 있다니. 너희 같은 하류층들은 왜 이렇게 천박하니? 돈 때문이라면 무슨 짓이든 다 하는 거지, 그치?” 그 말에 권서아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공원에서 마주쳤던 그 양아치들은 전부 배수진이 사주한 자들이었다. 하지만 권서아는 대꾸할 기운조차 없었고 상처 사이로 스며든 소금물 때문에 온몸이 경련을 일으킬 만큼 아팠다. “비켜!” 그녀는 배수진을 거세게 밀치고 욕실로 뛰어 들어가 문을 잠갔다. 그리고 따뜻한 물줄기로 몸을 씻어냈다. 밀려난 배수진은 비틀거리다가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녀는 화가 치미는 듯 헛웃음을 짓더니 경호원들에게 날카롭게 소리쳤다. “당장 끌어내!” 경호원들은 신속하게 다가와 욕실 문을 걷어차고 권서아를 거칠게 낚아채 배수진 앞으로 끌고 갔다. 바닥에 내팽개쳐진 권서아의 눈빛에 고통과 절망이 뒤섞여 일렁였다. 과거 그녀가 자신을 지키라며 배수진에게 쥐여주었던 칼이 이제는 그녀의 몸을 사정없이 찔러대고 있었다. “권서아라고 했나? 결국 돈 때문이잖아? 자, 여기 있어!” 배수진은 가방에서 돈뭉치를 꺼내 권서아의 얼굴에 사정없이 내던졌다. 거친 몸싸움 끝에 상처에서 피가 다시 터져 나왔고 몸에 묻은 물기와 섞여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권서아는 극심한 고통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배수진, 내가 누구인지 알아? 난...” 권서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배수진이 손바닥으로 그녀의 뺨을 세차게 때렸다. 찰싹! 그녀는 한 걸음 다가가 권서아의 머리채를 움켜쥐고는 경멸 어린 말투로 내뱉었다. “네가 누구든 상관없어. 난 배씨 가문의 아가씨고 김도균의 약혼녀야. 네가 감히 나한테 어쩔 건데?” 그녀는 권서아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며 질투 어린 시선을 보냈다. “머릿결 관리가 아주 잘됐네. 도균 오빠가 돈 꽤나 썼겠어?” 말을 마친 그녀는 강력 접착제를 꺼내 권서아의 머리 위에 몽땅 들이부었다. 끈적한 접착제가 정수리를 타고 흘러내리자 권서아는 눈조차 제대로 뜰 수 없었다. 권서아가 비틀거리며 저항하려 하자 배수진은 그녀를 끌고 밖으로 나가 계단 위로 세게 내던졌다. “방금 나 밀었지? 이제 나도 널 이 계단 아래로 밀어버릴 거야.” 권서아는 온몸의 극심한 통증을 참으며 배수진을 똑바로 응시했다. “배수진, 네가 어디 봐서 명문가 아가씨야? 그냥 천박한 양아치일 뿐이지! 이렇게 하면, 김도균이 돌아와서 네 진짜 모습을 보게 될까 봐 두렵지 않아?” 그 말에 자극받은 배수진의 얼굴이 흉측하게 일그러졌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발을 들어 권서아를 세게 걷어찼다. 권서아는 실 끊어진 연처럼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그녀의 몸은 계단에 계속 부딪혔고 마치 수천 개의 바늘이 동시에 몸을 찌르는 것처럼 아파 숨조차 쉬기 힘들 정도였다. 그때, 닫혀 있던 대문이 벌컥 열리며 김도균이 나타났다. 바닥에 쓰러진 권서아는 힘겹게 눈을 깜빡이다가 핏발 선 김도균의 눈과 마주쳤다. 그녀는 김도균이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권서아를 스쳐 지나가더니 배수진에게로 향했다. 그러고는 다정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권서아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크게 떴고 이내 의식이 끊기며 짙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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