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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화

"유리 씨의 번호인 줄은 정말 몰랐어." 고준석은 이제야 상황을 이해했다. 진수혁이 그의 질문에 태연하게 대답할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미리 휴대폰을 껐거나 비행기 모드로 설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미리 준비를 해뒀지만 소유리가 고준석에게 전화를 걸 줄은 아마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비로소 모든 계획인 엉망이 되었다. "잠깐 병원에 다녀올게." 진수혁은 무대 위의 서지수를 힐끗 쳐다봤다. “넌 여기서 지수를 지켜줘. 사람들이 괴롭히는 건 괜찮은데 지수가 사과하거나 약해진 모습을 보인다면 바로 막아줘. 그 어떤 신체적 접촉이 일어나서는 안 돼.” 고준석은 할 말을 잃었다. 이건 사실상 괴롭히지 말라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말로만 괴롭히는 정도라면 서지수도 쉽게 무너질 타입은 아니었다. 진수혁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친구가 부탁한 만큼 잘 해내기로 결심했다. "알겠어. 걱정하지 마." "너는 절대 모습을 드러내지 마." 진수혁은 또 당부했다. “내가 아직도 지켜준다는 걸 알아채면 안 돼.” "알았어." 고준석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진수혁은 휴대폰을 꺼내 전원을 켠 뒤 걸음을 옮겼다. "잠깐만." 이때 고준석이 그를 불러세웠다.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안 들어?" 오늘따라 머리가 잘 돌아간 고준석은 미간을 찌푸린 채 예리한 모습을 보였다. "소유리 씨는 어떻게 내 번호를 알았을까? 게다가 이렇게 절묘한 타이밍에 전화했다는 게 이상하지 않아? " "누군가가 번호를 알려줬어." 진수혁의 눈에는 아무런 감정의 동요도 없었다. 고준석은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누군지 알아?" "아직 확실하지는 않아." 진수혁은 의외로 매우 무덤덤했다. 사실 고준석이 휴대폰을 건네 준 순간부터 그는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지수 다치지 않게 잘 지켜보고 있어.” 단호하게 말을 마친 그는 곧바로 걸음을 옮겨 자리를 떴다. 그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한 시간이 지난 후였다. 소유리는 이제 막 마지막 수액 주사를 맞은 상태였고 지난번 일 이후로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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