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5화
진수혁이 얇은 입술을 살짝 열었다. 냉기가 서린 목소리가 퍼졌다.
“사고로 입원했다면 돌봐주는 게 당연하지. 그런데 네가 어떻게 병원에 들어갔는지 잊지 마.”
짧은 한마디에 소유리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날 그녀는 서지수랑 진하늘 중 누구를 선택하겠냐며 진수혁을 시험하려고 일부러 사고를 냈다. 이후 그는 못마땅해했지만 정식으로 화를 내지는 않았다.
“네가 원한 생활을 마련해주고 돌봐주겠다는 약속도 지킬 거야.”
진수혁이 다시 규칙을 못 박았다. 이번에는 한치의 관용도 없었다.
“하지만 그건 은혜의 범위까지만이야.”
소유리는 입술을 꼭 깨물고 말을 삼켰다.
잠시 뒤 강현서가 부른 차가 도착했고, 두 사람은 함께 탔다.
차 안은 숨 막히듯 고요했다.
“앞으로 푸른 별장에는 안 올 거야?”
어색한 공기를 참지 못한 소유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상황 봐서.”
딱 세 글자. 그가 얼마나 냉정한지 알 수 있는 대답이었다.
소유리는 무언가 확인하고 싶었다.
“질문 하나만 해도 돼?”
“말해.”
희미한 기대가 실린 그녀의 눈빛이 흔들렸다.
“네가 처음 만난 사람이 나라면, 그러니까 서지수가 아니라 내가 먼저였다면, 나도 서지수만큼 사랑받았을까?”
“?”
진수혁은 고개를 약간 기울여 그녀를 바라봤다.
“왜? 대답하기 어려워?”
“나는 5년 전에 서지수를 만났어.”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침착했다.
“시간 순서로 따지면, 먼저 만난 사람은 사실 너야.”
서지수를 본격적으로 알기 전까지 그는 어린 시절 자신을 구해 준 그 사람만 떠올렸다.
하지만 서지수를 만난 뒤 과거는 서서히 묻혔고, 그녀가 그의 삶을 조금씩 차지해 전부가 됐다. 그는 서지수 말고는 누구도 사랑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서지수를 사랑하는 것도 용납할 수 없었다.
“내 말은 어른이 된 뒤 얘기야.”
소유리가 급히 말을 고쳤다.
“만약 내가 먼저였으면 우리 사이가 달라졌을까 해서...”
“아니.”
진수혁은 솔직하게 잘라 말했다.
“넌 내가 좋아하는 타입이 아니야. 그리고 넌 서지수만큼 날 사랑하지도 못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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