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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심도윤은 친구들에게 끌려 나와 술자리에 앉아 있었다. 모두들 ‘결혼 전야’를 자축하며 잔을 부딪쳤다. “도윤아, 축하한다! 아마 지금쯤 영상도 완성됐을 거야. 내일은 그냥 구경만 하면 되겠네.” 순간, 심도윤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그는 옆자리 남자의 옷깃을 거칠게 움켜잡았다. “무슨 영상이야? 너희, 수아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다른 이들이 급히 달려와 둘을 떼어냈다. “왜 그렇게 흥분해? 우린 네 편이잖아.” “도윤아, 네가 너무 착해서 손 못 대니까 우리가 윤지유랑 같이 처리했어. 넌 그냥 모른 척해.” “넌 깨끗한 척만 해. 더러운 일은 우리가 대신 해줄게.” 심도윤의 가슴은 점점 조여왔다. 손끝이 떨리고, 입술은 피가 날 정도로 깨물렸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들려온 한마디에 걸음을 멈췄다. “지금 가서 막으려는 거야? 이미 늦었어. 이제 돌아가면 네가 볼 건 그 여자의 음란 영상뿐이야. 보고 싶으면 말리진 않을게.” 심도윤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여자가 스스로 자초한 일인데, 왜 이렇게 괴로운 걸까. “도윤아, 이젠 다 끝났어. 내일 결혼식만 잘 치르면 돼.” 한 남자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다음 날 아침. 오수아는 화장을 마치고 거울을 바라보다가 순간, 낯선 사람을 보는 듯했다. 그녀는 한때 심도윤과의 결혼을 꿈꿨다. 가정을 꾸리고 싶었다. 이제 그 꿈이 이뤄지지만, 신랑은 그가 아니었다. 그녀가 입은 웨딩드레스는 심도윤이 아닌 박이현이 보내온 것이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감탄했다. “오수아 씨, 이 드레스 정말 아름다워요. 남편분이 정말 정성 많으신가 봐요.” 오수아는 표정 하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결혼식엔 신랑도, 가족도, 그녀를 맞이하러 오지 않았다. 그녀는 혼자서 예식장으로 향했다. 심도윤은 경성권에서 새로 떠오른 재계 인사였기에 하객들은 대부분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사람들이었다. 예식장 문이 열리자 오수아가 한 걸음씩 무대 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 아래서 사람들의 수군거림이 쏟아졌다. “심 대표, 진짜 정이 깊네. 이런 여자까지 데려가다니, 사랑이 대단하긴 하다.” “우리 가족이었으면 절대 결혼 반대했을 거야. 오수아 얼굴이야 예쁘지, 근데 그런 과거 가진 여자는 안 되지.” “저 웨딩드레스 봤어? 아르세온 시티 왕실에서 관리하던 드레스라잖아. 그걸 낙찰받은 사람이 있었는데, 그게 심도윤이라잖아.” 그 말들은 속삭임이 아니라 공개적인 평이었다. 오수아는 하나하나 또렷하게 들었다. 잠시 후, 그녀는 무대 중앙에 올랐지만 신랑은 보이지 않았다. 사회자가 급히 분위기를 수습했다. “우리 신랑께서 신부의 진심을 확인하고 계신가 봅니다.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을 준비한 만큼, 신부님도 마음을 보여주셔야겠죠.” 그는 마이크를 쥔 손을 고쳐 잡고, 조금 더 부드러운 톤으로 물었다. “오수아 씨, 질문드리겠습니다. 심도윤 씨를 남편으로 맞이해, 앞으로 어떤 어려움과 병든 날이 와도 함께하겠다고 맹세하시겠습니까?”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그러나 오수아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눈빛은 차가웠다. 사회자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우리 신부님이 조금은 도도하시네요. 아마 신랑님이 뒤에서 아름다운 신부를 몰래 보고 계신 걸지도 모르죠. 그럼, 모두 함께 뜨거운 박수로 신랑님을 맞이하겠습니다!” 청중이 일제히 손뼉을 쳤지만 심도윤은 나타나지 않았다. 좌중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때, 심도윤의 친구들이 서로 눈짓을 주고받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들은 비웃듯 속삭였다. “이제 알릴 때가 됐지?” 그리고 입을 열려는 순간, 예식장 문이 천천히, 소리 없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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