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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슈퍼카 엔진 소리가 파티장 밖에서 요란하게 울렸다. 사람들의 환호성 속에서 윤희정은 얼굴을 붉히며 배성준의 얼굴에 입을 맞췄다. 그런데 고개를 돌리는 순간, 막 차에서 내린 윤이슬과 눈이 마주쳤다. 윤희정의 눈빛에는 노골적인 도발과 우쭐거림이 번쩍였지만 얼굴에는 금세 가련한 표정이 얹혔다. “언니, 오해하지 마. 나랑 성준 오빠는 그냥 벌칙 게임 한 거야.” 윤이슬은 코웃음 쳤다. “벌칙 게임? 네 엄마처럼 남의 약혼자를 건드리는 게 취미인가 봐?” 그 말이 떨어지자 윤희정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녀는 눈가를 붉힌 채 배성준을 향해 울먹이는 목소리를 냈다. “성준 오빠, 언니한테 설명해 줘. 나 정말 언니 자리 뺏으려고 그런 거 아니라고...” 하지만 배성준은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바로 윤이슬 앞으로 오고는 다정한 연인의 얼굴을 보였다. “이슬아, 왜 말도 안 하고 왔어? 말했으면 미리 차 보냈을 텐데. 아직 몸이 다 나은 건 아니잖아. 다리는 안 아파? 배고프지? 먹을 거 가져올게.” 그는 윤이슬의 팔을 잡더니 그녀와 함께 자리를 뜨려 했다. 하지만 윤이슬은 이미 그의 다정함 뒤에 숨겨진 진짜 속셈을 꿰뚫고 있었다. 그가 윤희정을 바라볼 때마다 드러나는 연민, 그리고 상처 난 윤이슬의 팔을 잡아끌 만큼 조급한 태도. 그것은 윤이슬이 윤희정을 해칠까 두려워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윤이슬은 억눌린 분노와 쓰라림을 억지로 떨치며 배성준의 손을 단번에 뿌리쳤다. 그리고 그의 볼에 남은 립스틱 자국을 가리키더니 비웃듯 말했다. “배성준, 넌 내 이복동생이랑 바람났잖아. 해명할 생각 없어?” 배성준의 눈가에 잠깐 놀란 기색이 스쳤지만 곧 이해할 수 있다는 듯 표정을 가라앉혔다. 그는 윤이슬이 질투한다고만 생각해 다정하게 달래면서 말했다. “게임일 뿐이잖아. 내가 평생 함께할 사람은 너야, 이슬아.” 그 말이 끝나자 주변 사람들도 맞장구를 치며 둘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던 듯 굴었다. 바로 그때 배성준의 비서가 고가의 선물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대표님, 희... 이슬 씨를 위해 준비한 선물 모두 도착했습니다.” 그는 윤이슬을 보더니 급하게 말을 바꿨다. 윤희정의 얼굴에는 주체할 수 없는 기대와 행복이 번쩍였다. 그 모습을 보던 윤이슬은 입꼬리를 씩 올리고는 의미심장하게 물었다. “나를 위해 준비한 선물이라고? 윤희정 저년을 위해 준비한 거 아니고?” 그 말에 파티장은 숨소리조차 멈춘 듯 적막했다. 윤희정은 분노로 온몸을 떨었다. 윤이슬은 비웃음이 스친 눈으로 배성준을 똑바로 바라보며 그의 반응을 기다렸다. 몇 초간의 숨 막히는 침묵 후, 배성준은 아무 일 아니라는 듯 입을 열었다. 감정이 실린 목소리에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이슬아, 쓸데없는 오해는 하지 마. 당연히 너를 위해 준비한 선물이지.” 윤이슬은 그 말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자리에서 선물 상자들을 모두 가져가고는 전부 중고 사이트에 올렸다. 선물을 다 정리한 뒤, 배성준은 일 때문에 잠깐 자리를 떴다. 윤이슬은 감정 하나 드러내지 않은 채 바람을 쐬러 베란다로 나왔는데 윤희정이 바로 뒤따라왔다. 둘밖에 없으니 윤희정은 억눌러왔던 본성을 드러내듯 독이 표독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내뱉었다. “네가 진짜 성준 오빠 마음을 얻었다고 착각하지 마! 아직도 모르겠어? 네가 받은 선물 열몇 개를 다 합쳐도 내가 지금 귀에 낀 이 에메랄드 귀걸이 값의 10분의 1도 안 돼.” 윤이슬은 차갑게 그녀를 응시했다. 윤희정은 점점 더 오만한 미소를 띠며 잇달아 독설을 쏟아냈다. “배씨 가문에 들어가고 싶어? 웃기지도 마! 네 그 못난 엄마는 남편 하나 못 붙잡았잖아? 그런데 넌 더 멍청하지. 애 하나 살려내지도 못하고. 넌 모르겠지만 네가 그 남자들에게 당하고 기절했을 때, 네 뱃속에서 나온 그 더러운 덩어리 말이야. 그거 내가 그냥 아무 곳에 던져버렸거든.” 짝! 윤이슬의 손바닥이 매섭게 윤희정의 뺨을 갈랐다. 쉰 목소리에는 터질 듯한 분노가 숨겨져 있었다. “윤희정, 네까짓 게 내 가족 얘기를 입에 담아?” 윤희정은 뺨을 감싸며 비명을 질렀다. “미쳤어? 감히 날 때려? 죽여버릴 거야!” 윤희정의 비명은 관자놀이에 닿은 총구를 본 순간 뚝 끊겼다. 소리가 너무 커지자 경호원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윤이슬은 그들의 정장 옷깃에 새겨진 배씨 가문의 문양을 확인하자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배씨 가문은 그동안 사업하면서 많은 원한을 샀다. 그래서 항상 안전을 조심해야 했는데 배성준은 자신의 목숨과 다름없는 경호팀을 전부 윤희정에게 붙여 두었던 것이었다. 윤이슬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 걸 보더니 벌벌 떨고 있던 윤희정은 그녀가 연기하고 있다고 생각해 코웃음을 쳤다. “쏴 보지 그래? 그냥 나 겁주려고 소품 들고 설치는 거잖아.” 그녀는 입꼬리를 씩 올리더니 윤이슬에게 아주 익숙한 목걸이를 꺼냈다. “눈에 익지? 네 엄마가 꼈던 목걸이야. 우리 집 강아지랑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성준 오빠한테 말했더니 네 엄마 무덤을 팠더라고.” “나 생각 바뀌었어.” 윤이슬은 온몸이 분노로 떨렸고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널 죽이지 않을 거야. 대신 사는 게 죽는 것보다 못하다고 느낄 정도로 네 인생을 지옥으로 만들어줄게.”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두 발의 총성이 터졌다. 첫 번째 총알은 윤희정의 오른쪽 귀를 날려버렸고 두 번째 총알은 그녀의 정강이를 관통했다. 갑작스러운 총성에 손님들은 공포에 질려 사방으로 도망쳤다. 경호원들은 바닥에 쓰러져 피범벅이 된 채로 울부짖는 윤희정을 바라보며 서로 눈치만 살필 뿐, 곧 배씨 가문의 안주인이 될 윤이슬에게 감히 손을 대지 못했다. 윤이슬은 얼굴에 튄 피를 천천히 닦아내고 총구를 윤희정의 아랫배에 다시 겨눴다. 방아쇠에 힘이 들어가려는 그 순간, 분노가 담긴 배성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여자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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