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제3화

명령이 떨어지자 경호원들은 번개처럼 움직여 윤이슬의 총을 빼앗고는 그녀의 팔을 뒤로 꺾어 제압했다. 다른 경호원들은 윤희정에게 응급 처치를 하면서 지혈에 성공했다. 배성준은 얼굴을 굳힌 채 윤이슬을 바라봤다.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눈 속의 싸늘한 냉기만은 숨겨지지 않았다. “이슬아, 사람을 죽이면 대가를 치러야 하는 거야. 이번만큼은 나도 널 지켜줄 수 없어.” 윤이슬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맞받았다. “녹음해 뒀어. 윤희정이 자기 입으로 직접 인정했거든. 내 아이 시신을 아무 곳에 던졌고 우리 엄마 무덤까지 팠다고 했어. 내가 감옥 간다면 윤희정도 끝까지 끌고 갈 거야.” 잠깐의 침묵 후, 배성준은 경호원에게 손짓해 그녀를 풀어주게 했다. 그는 한숨을 내쉬고 다가와 늘 그랬듯 윤이슬을 안으려 했다. 그러나 배성준의 뺨에는 매서운 손바닥이 먼저 꽂혔다. “배성준, 네 심장 한번 파보고 싶다. 안에 뭐가 들었는지.” 그가 사랑하는 사람은 윤희정이었다. 그런데도 윤이슬을 향해 다정한 척하는 그 모습이 너무나도 역겨웠다. 배성준은 뺨이 따갑게 달아올랐는데도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이슬아, 내가 잘못했어. 네 탓이 아니야. 우리 결혼식이 이제 한 달 남았잖아. 이제 와서 그 결혼식을 망치고 싶지 않아. 오늘 일은 내 잘못이야. 너랑 희정이 사이를 좀 풀어보려고 내가 괜히 생일 파티까지 준비했네.” 그는 곁의 비서를 향해 차가운 목소리로 지시했다. “오늘 일은 밖에 알려지지 않게 잘 정리해. 그리고 이슬이를 모욕한 죄로 윤씨 가문에 넘긴 프로젝트 3개 전부 회수해. 희정이는 아무 병원에 보내서 치료받게 하면 될 것 같아.” 비서는 서둘러 고개를 끄덕인 뒤 이미 통증에 기절한 윤희정을 끌고 나갔다. 그들의 연기를 지켜보면서 윤이슬은 마음속으로 냉소를 터뜨렸다. 모든 상황을 정리하고 난 뒤, 배성준은 자신의 외투를 윤이슬의 어깨에 걸쳐 줬다. 그녀의 반항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윤이슬을 끌어안더니 이마에 입을 맞췄다. “또 살 빠졌네. 여기 일이 정리되면 집에 가서 네가 좋아하는 해물탕 끓여줄게.” 남자의 낮게 깔린 목소리 속에는 녹아내릴 것 같은 다정함이 가득했다. 하지만 윤이슬에게는 이 상황이 역겨울 뿐이라 그녀의 볼을 만지려는 배성준의 손길을 곧바로 피했다. 남자는 짜증 한 번 내지 않고 말했다. “집에서 나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그는 등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윤이슬이 그를 불러 세웠다. “나 어릴 때 한동안 청력 장애와 언어 장애가 있었던 적이 있거든. 그러다 보육원에서 나한테 정말 잘해주던 오빠를 만났고 그 오빠를 구하려다가 독사에 물려 거의 죽을 뻔했어.” 배성준의 표정엔 아무 변화도 없었다.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내가 잘못했어. 기억을 되찾은 그날 바로 희정이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털어놨어야 했는데. 하지만 난 희정이를 여동생으로만 생각할 뿐이야. 정말이야.” 윤이슬은 고집스레 그를 똑바로 바라봤다. “윤희정 엄마가 그 펜던트를 훔쳐 갔어. 네가 나한테 준 그 펜던트 말이야.” 배성준은 인내심을 잃은 듯 차갑게 말했다. “됐어, 그만해. 싸우지 말자. 희정이는 보육원에서 화재가 난 다음 달에 바로 펜던트를 들고 나를 찾아왔어. 그때 우리 사이의 모든 기억을 자세히 말했었지. 게다가 그때 희정이는 길을 잃어 보육원에 들어갔고 너는 태어날 때부터 좋은 집안에서 금이야 옥이야 귀하게 자랐잖아. 그런 네가 왜 외딴 산골에 있었겠어?” 그 말에 윤이슬 마음속에 남은 마지막 한 가닥의 희망조차 산산조각 났다. 배성준은 떠나기 전, 마지막 위로를 남겼다. “오늘 일은 내가 꼭 너 대신 복수해 줄게. 됐지?” 윤이슬의 입꼬리가 차갑게 일그러졌다. ‘나 대신 복수해 준다고? 웃기고 있네.’ 윤이슬은 차에 탄 뒤 몰래 배성준을 미행했다. 그리고 그를 따라 배씨 가문이 운영하는 최고급 개인 병원에 도착했다. 그녀 대신 복수해 줄 거라던 배성준은 병원에 내리자마자 곧장 윤희정이 있는 수술실로 뛰어갔다. 단 2m도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휴대폰을 들고 촬영하고 있는 윤이슬의 존재는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말이다. 배성준이 윤희정의 수술을 위해 아는 의사들을 총동원하는 모습을 윤이슬은 지켜봤다. 또 윤희정에게 수혈할 피가 부족하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주저 없이 거의 1리터에 달하는 피를 기증했다. 그는 마치 가장 소중한 보물을 다루듯 조심스럽게 윤희정의 온몸을 직접 닦아주었다. 그리고 방금 수술을 마친 윤희정이 안쓰러워 비서에게 당부했다. “윤씨 가문에 넘긴 3개의 수십억대 프로젝트 외에 추가로 400억짜리 프로젝트를 두 개 더 넘겨. 희정이를 보살피는 간병인은 가장 좋은 사람으로 붙이고. 그리고 희정이가 전복 요리를 좋아하니 지난주 호주에서 공수한 2억짜리 최고급 전복을 당장 요리해 오라고 해. 희정이가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니 전용기를 띄어 세계 최고 수준의 성형외과 교수님을 모셔 와. 절대로 흉터 남지 않게 잘 치료해 달라고 당부도 하고.” 윤이슬은 자신의 약혼자가 사랑하는 여인에게 쏟아내는 애정을 모조리 들어 버렸다. 그녀의 손끝은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그때 윤희정이 의식을 되찾더니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성준 오빠... 언니가 날 죽이려 한 줄 알았어...” 그 한마디에 배성준의 눈 속에 담긴 연민은 단숨에 증오로 뒤바뀌었다. 그는 낮게 갈라진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했다. “걱정 마, 내가 널 영원히 지켜줄게. 윤이슬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윤희정의 눈에 잠깐 승리의 빛이 스쳤다. 그녀는 곧바로 겁먹은 척 몸을 떨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내가 언니 엄마 묘를 훼손했다고 경찰에 신고하겠대요...” 배성준은 코웃음을 쳤다. “걱정 마. 증거는 다 내가 없앴어. 원래 오늘에 바로 경찰에 신고해서 혼 좀 내줄 생각이었는데 감옥으로만 보내기는 너무 아쉽잖아. 윤이슬은 너랑 너희 어머니를 10년 넘게 괴롭혀 왔어. 딱 한 달 뒤면 윤이슬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맞을 거야. 그때 내가 그 행복을 완전히 무너뜨리겠어. 다시는 못 일어서게 말이야.” “역시 성준 오빠 덕분에 너무 든든하네!” 윤희정은 그를 끌어안고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창밖에서 그 장면을 보고 있던 윤이슬은 주먹을 움켜쥐고 있었다. 갈기갈기 찢어진 가슴에 남은 것은 처절한 슬픔뿐이었다.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일은 바로 배성준을 만난 것이었다. 동영상 녹화를 끝낸 윤이슬은 미련 없이 뒤돌아서 걸어 나갔다.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