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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병실 문은 거의 박살 난 듯 흔들리며 열렸다. 놀란 윤희정은 비명을 질렀고 문턱에 선 사람이 배성준임을 확인하자마자 얼굴에서 모든 웃음이 사라지고 그저 절망만이 남았다. “성... 성준 오빠? 오늘은 왜 이렇게 일찍 왔어?” 그녀는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였지만 얼굴 근육이 굳어 표정이 자연스럽지 못했다. 배성준의 얼굴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그는 냉소를 머금고 낮게 말했다. “일찍 안 왔으면 네 입으로 말하는 진실을 어떻게 들었겠어?” 그 한마디에 윤희정은 침대에서 굴러떨어지며 기어 오듯 다가와 그의 바짓자락을 붙들었다. 엉엉 울며 떨리는 목소리로 애원했다. “아... 아니야! 그런 뜻 아니었어, 오빠, 나... 나 정말 설명할 수 있어. 제발...” 하지만 이번엔 배성준의 눈에 그녀를 향한 연민이나 보호 본능 같은 것은 한 톨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는 혐오감에 표정을 일그러뜨리고 힘껏 발을 올려 그녀의 가슴을 무자비하게 걷어찼다. “윤희정, 너 같은 악독한 사람이 어디 있어?” 그의 목소리는 분노에 갈라져 있었다. “다 너 때문이야. 네가 우리 아이를 죽게 만들었어. 네가 나를 속여 윤이슬을 그렇게 만들게 한 거라고! 전부 다 너 때문이야! 내가 널 죽여버릴 수도 있어!” 배성준은 거의 미쳐 있었다. 그의 발길질에 윤희정은 피비린내가 목구멍까지 차오르며 몸을 떨었다. 입술 사이로 진한 피가 한 줄기 흘러내렸다. 배성준의 비난이 가슴 깊이 박힐수록 윤희정의 머릿속엔 오히려 또 다른 감정이 가득 차올랐다. 또다시 윤이슬에게 져버렸다는 절망과 분노로 파묻혔다. 왜 평생을 비교당하며 살아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되었다. 윤이슬은 태생부터 모든 걸 가졌다. 예쁜 얼굴과 길고 날씬한 몸매, 뛰어난 머리 그리고 상류층의 배경까지 가진 반면 그녀는 부잣집에 들러붙은 첩의 딸로 평범한 외모와 열심히 공부해도 따라갈 수 없는 성적이었다. 해외 유학으로 겉만 번지르르하게 꾸며야 했고 사회에 나와서도 사람들의 시선은 언제나 윤이슬에게만 향했다. 그녀는 평생 윤이슬 아래였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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