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눈가리개를 한 채로 폐기된 창고에 끌려 들어간 정은희는 몸부림치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누구야? 당신들은 누구야? 이거 놔! 재율 씨가 알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래?”
어둠 속에서 들려온 최재율의 목소리는 마치 독사가 혀를 날름거리는 소리 같았다.
안대를 거칠게 벗기자 정은희는 마침내 앞에 있는 사람을 똑똑히 보았다.
정장을 빼입은 채 의자에 앉아 있는 최재율은 얼굴이 극도로 차가웠고 눈에는 사람을 오싹하게 하는 광기가 가득 차 있었다.
“재, 재율 씨?”
목소리가 순식간에 부드러워진 정은희는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재율 씨가 왜 여기에 있어? 나 너무 무서워...”
최재율은 낮은 소리로 피식 웃은 뒤 자리에서 일어나 정은희 앞으로 걸어갔다. 구두가 콘크리트 바닥을 밟는 소리는 마치 저승사자가 읊는 카운트다운 같았다. 정은희 앞으로 걸어가 차가운 눈빛으로 위에서 아래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무서워?”
손을 뻗어 정은희의 턱을 움켜쥔 최재율은 힘이 어찌나 센지 당장이라도 그녀의 턱뼈를 으스러뜨릴 것 같았다.
“민주를 괴롭힐 때는 안 무서웠어?”
동공이 흔들린 정은희는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재, 재율 씨가 무슨 말 하는 건지 모르겠어...”
“모르겠다고?”
최재율은 주머니에서 사진 한 묶음을 꺼내 정은희의 얼굴에 내던졌다.
“이걸 기억 못 하는 건 아니겠지?”
바닥에 흩어진 사진 속에는 정은희와 다른 사람의 친밀한 모습이 담겨 있었다. 심지어 정은희가 임신 검사 결과서를 최재율 정장 주머니에 쑤셔 넣는 CCTV 영상 캡처도 있었다. 온몸을 덜덜 떤 정은희는 입술마저 떨려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네가 감히 나를 속여? 케이크 가게에 있는 사람이 민주인 걸 뻔히 알면서 감히 함부로 나대?”
최재율이 정은희의 목을 움켜쥐며 한 글자 한 글자 내뱉었다.
“네가 뭔데! 감히!”
무너진 정은희는 최재율의 바짓가랑이를 붙잡더니 눈물을 흘리며 울었다.
“재율 씨, 내 말 좀 들어봐!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어... 나 정말 재율 씨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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