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제3화

연민주는 혼란스러운 꿈속에서 허우적대다가 깨어났다. 이마는 불가마처럼 뜨거웠고 목은 불타오르듯 메마르고 갈라진 느낌이었다. 간신히 몸을 일으킨 연민주는 맨발이 차가운 바닥에 닿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다. 어젯밤 맞은 그 비 때문에 결국 고열이 난 것이다. 벽을 짚고 비틀거리며 거실로 향했지만 복도 모퉁이에서 바로 얼어붙었다... 최재율이 포대기에 감싼 아기를 안은 채 소파에 앉아 있었다. 아침 햇살이 얇은 커튼 사이로 스며들어 최재율의 얼굴에 비추자 눈매가 성스러울 정도로 부드럽게 보였다. 고개를 숙인 채 품 안의 아기를 조용히 달래고 있는 최재율은 마치 깨지기 쉬운 보물을 모시듯 손가락으로는 조심스럽게 아이의 주름진 얼굴을 어루만졌다. “자기야, 깼어?” 고개를 든 최재율은 어제 밤을 새운 듯 눈이 새빨갰다. 아이를 안고 급히 다가온 뒤 다른 한 손으로 자연스럽게 연민주의 이마에 손을 얹더니 바로 미간을 찌푸렸다. “이미가 왜 이렇게 뜨거워? 바로 의사 부를게...” 최재율의 손을 피한 연민주는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이 아이 누구야?” 순간 멈칫한 최재율은 몇 초 동안 침묵하더니 갑자기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러고는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연민주를 올려다봤다. “주성준, 기억나? 그 잘나가는 내 의사 친구...” 침을 꿀꺽 삼킨 뒤 목멘 소리로 말을 이었다. “전쟁 지역에서... 사고로 죽었어. 아내도 충격을 많이 받았는지 아이를 낳자마자... 자살했어.” 떨리는 최재율의 속눈썹을 응시하던 연민주는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주성준?’ 최재율과 한 몸이나 다름없다고 한 친구라고 들었지만 연민주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저 최재율이 ‘출장’ 갈 때마다 항상 언급되던 방패막이였으니... 그런데 출장 갈 때뿐만 아니라 ‘주성준’이라는 사람이 사생아의 아버지가 될 수도 있는 것이었다. “자기야, 우리 이 아이 입양하자.” 최재율이 아이를 연민주 앞으로 살짝 밀었다. 깊이 잠든 아이는 얼굴이 발그스레했고 코는 정은희를 똑 닮아 있었다. “자기가 아이들을 많이 좋아하잖아...” 아이를 달래듯 말하는 말투도 점점 부드러웠다. “이 아이, 평소엔 우리 부모님 댁에서 키울 거야. 절대 우리 사이 방해하지 않을 거야. 난 이 아이가 고아가 되는 걸 보고 싶지 않아, 그냥 명분만 주고 싶을 뿐이야...” 연민주는 손톱이 손바닥을 깊게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 ‘정말 우습네. 나를 속일 때조차 착한 걸로 족쇄를 씌우려 하다니... 거절하면 내가 냉혈하고 잔인한 사람이 되는 것처럼 말하네... 아이를 받아들여야만 너그러운 어른인 것처럼...’ 최재율이 갑자기 연민주의 손을 잡더니 손가락으로 그녀 약지의 결혼반지를 어루만졌다. “의사가 그러는데... 네가 임신하기 정말 어렵대.” 고개를 든 최재율은 눈빛에 죄책감과 속셈이 완벽하게 융합되어 있었다. “우리 그냥 이 아이가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라고 생각하자, 응?” 익숙하면서도 낯선 최재율의 얼굴을 바라본 연민주는 갑자기 아흔일곱 번째 자살을 시도했을 때가 떠올랐다. 시스템이 연민주를 얼음 동굴에 내버렸을 때 영하 30도의 혹한 속에서 피가 얼어가는 딱딱 소리까지 귀에 선명히 들렸지만 울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눈물 한 방울이 예고 없이 아기의 얼굴에 떨어졌다. 아기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지만 깨지는 않았다. 최재율이 허둥지둥 연민주의 눈물을 닦아주며 애틋한 목소리로 말했다. “울지 마, 자기야. 자기가 울면 내 마음이 찢어지니까, 자기가 싫다고 하면 그냥 입양 안 할게, 이 아이를 보육원에 보내든지 할게...” “왜 갑자기 입양하고 싶어졌어?” 연민주가 조용히 한마디 물었다. “왜냐면...” 멈칫한 최재율은 목멘 소리로 한마디 했다. “자기와 함께 완전한 가정을 꾸리고 싶었어.” 연민주는 갑자기 큰 소리로 웃었다. 웃음도 멈추지 않았고 눈물도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그래.” 그러더니 눈가의 물기를 닦으며 손을 내밀어 아기를 받아 안았다. “오늘부터 이 아이가 우리 아이야.” 최재율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연민주를 끌어안았다. “민주야, 고마워...” 하지만 연민주는 최재율을 안지 않은 채 그저 고개를 숙여 품 안의 아기를 바라봤다. ‘이것보다 더 아이러니한 상황이 있을까...’ 자신의 남편과 불륜녀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입양’하다니. “하지만 조건이 하나 있어.” 연민주는 최재율을 밀쳐 내며 아기를 가리켰다. “입양하는 거면 정식 절차를 밟아야지... 내일 바로 구청에 가서 이 아이 생모 정보를 ‘사망’으로 등록해.” 미소를 짓고 있던 최재율은 얼굴이 굳었다. 그날 밤 연민주는 아기방 밖에 서서 최재율이 낮은 목소리로 전화하는 소리를 들었다. “은희야, 절차는 꼭 밟아야 해... 맞아, 너를 사망한 걸로 등록해야 해...” 전화기 너머로 귀를 찌르는 듯 날카로운 정은희의 목소리가 들렸다. 연민주가 몸을 돌려 떠나려 할 때 시스템 소리가 들렸다. [주인님, 저 사람들 불륜 폭로할 수도 있었잖아요?]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본 연민주는 유령처럼 창백한 자기 얼굴을 보고 피식 웃었다. “내가 떠난 후 정은희는 반드시 아이 곁으로 돌아오려 할 거야. 하지만 사망 증명서는 법적 효력이 있기에 정은희는 자기 아이의 양엄마밖에 될 수 없어. 평생 친엄마는 못 돼. 이건 내... 마지막 복수야.”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