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한참 후 최재율은 정은희의 손을 밀치며 큰 소리로 외쳤다.
“원하지 않아요!”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배반한 그 느낌은 마치 무딘 칼처럼, 그의 살점을 파고들어 생생하게 도려내는 듯했다.
반지 교환 순서조차 기다리지 못한 최재율은 정은희를 밀치고 결혼식장을 뛰쳐나왔다.
“재율 씨!”
정은희가 뒤에서 비명을 질렀지만 최재율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어가며 연민주에게 미친 듯이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여전히 아무도 받지 않았다.
국내는 지금 폭우가 내리고 있어 뉴스에서도 모든 항공편이 지연된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
지나가는 종업원을 붙잡아 지갑을 꺼내 500달러 지폐 다섯 장을 쥐여주며 말했다.
“가장 가까운 부두로 데려다줘, 지금 당장!”
그러자 종업원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말했다.
“고객님, 결혼식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지금! 당장!”
최재율은 눈에 핏발이 선 채 큰 소리로 외쳤다.
“안 그러면 이 호텔, 불 질러 버릴 거야!”
고속보트가 바다를 질주해 파도에 최재율의 정장이 흠뻑 젖었다.
핸드폰이 갑자기 진동해 확인해 보니 비서가 메시지를 보낸 것이었다.
[대표님, 찾았습니다. 사모님께서 열흘 전에...]
뒤의 글자는 정확히 볼 수 없었다.
폭우가 쏟아져 눈앞이 흐릿해졌지만 핸드폰 화면을 필사적으로 보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몰려온 거대한 파도에 핸드폰이 손바닥에서 미끄러져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닷속으로 떨어졌다.
“젠장!”
고속보트 옆을 쾅 하고 내리치자 손가락 마디에서 즉시 피가 스며 나왔다.
삼일 연속으로 이동한 끝에 최재율은 드디어 국내로 돌아왔다.
여권은 공항에서 압수되었고 비자 문제로 구류 직전까지 갔다. 그나마 최씨 가문이 제때 대사관에 연락했기에 간신히 보석으로 풀려날 수 있었다.
그러나 귀국하자마자 강경숙에게서 전화가 왔다.
“재율아, 빨리 와봐! 아이가 갑자기 고열이 나더니 지금 온몸이 불덩이야, 의사가 급성 위장염이라고 그래!”
최재율은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될 정도로 주먹을 쥐었지만 결국 차 핸들을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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