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4화

윤소율의 용기는 가상했지만 그녀는 독이 발작하면 본인의 의지만으로 억누르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건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는 일이었다. 서현우는 찻잔을 들어 천천히 불어 식힌 뒤 우아하게 한 모금 입을 적셨다. 눈꺼풀조차 들지 않은 채 그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괴로워요?” 눈썹을 치켜올리며 윤소율이 되물었다. “뭐라고요?” “굳이 혼자 참겠다는 거예요?” 서현우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아니면 그렇게까지 버티더라도 나에게는 절대 도움을 구하지 않겠다는 뜻인가요?” 비웃듯 냉랭하게 웃으며 윤소율이 대답했다. “서 대표님, 제가 어떻게 도움을 구걸하길 바라세요? 당신한테 무릎이라도 꿇고 독을 풀어달라고 빌어볼까요?” 윤소율은 해독의 방법을 알고 있었지만 서현우가 자신을 건드리는 건 절대 원하지 않았고 그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는 기분 따윈 더더욱 싫었다. 아마도 윤소율의 뼛속 깊이 자리한 고집과 자존심 때문일 것이다. 이 남자 앞에서 고개 숙이는 일은 절대 없으리라고 다짐했었다. 무표정하게 찻잔을 탁자 위에 내려놓고 서현우는 여유로운 태도로 소파에 몸을 기대며 느릿느릿한 말투로 말했다. “소율 씨가 원하는 건 다 해 줄 수 있어요. 하지만 내가 당신을 아껴준다고 해서 함부로 굴거나 거만해지지 마세요.” “제가 거만해진다니요?” 윤소율은 우스워서 고개를 저었다. ‘내가 무슨 자격으로 이 남자 앞에서 총애를 믿고 거만할 수 있단 말이지?’ 그런 건 언제나 임채은이지 결코 윤소율은 아니었다. “임채은은 나의 약혼녀예요. 당신은 감히 무슨 권한으로 기남준을 시켜 임씨 가문을 협박하라고 했죠?” 서현우는 비웃으며 말했다. “소율 씨가 기남준을 부추겨 임씨 가문을 난장판으로 만들면 서씨 가문과 임씨 가문의 결혼이 없던 일로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윤소율의 동공이 커지며 흔들렸다. ‘이 남자가 지금 뭐라고 말하는 거지? 설마 내가 기남준을 시켜 임씨 가문을 협박했다고 생각하는 거야? 아니면 임채은이 그렇게 말한 건가?’ 서현우는 오직 임씨 가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