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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5화

서현우는 윤소율의 얼굴을 장난스럽게 응시하다가 불현듯 입꼬리를 올렸다. “내가 당신을 도와 저주를 풀어줄 거라고 생각해요?” 윤소율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나는 그냥 내가 없이도 당신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보고 싶을 뿐이에요.” 낮은 목소리로 서현우가 말했다. “억지로 참을수록 더 아플 거예요. 소율 씨가 어떤 모습으로 나한테 빌게 될지 보고 싶네요.” 믿을 수 없다는 듯 윤소율은 서현우를 노려보았다. ‘어떻게 이렇게 잔인할 수가 있지?’ 서현우는 무표정하게 찻잔을 내려놓고 소파에 느긋하게 기대앉아 말을 이어갔다. “이건 내가 소율 씨 몸에 남긴 낙인이라 당신은 영원히 지울 수 없어요. 당신이 어떻게 날 즐겁게 해줄지, 어떻게 내 환심을 살지를 배운다면 아마도 당신에 대한 내 흥미가 쉽게 줄진 않을 거라고 얘기했었죠? 난 눈치 없는 여자, 특히나 스스로 잘났다고 믿는 여자는 질색이거든요.” “죽어도 당신한테 구걸하지 않을 거예요.” 떨리는 목소리로 윤소율이 말했다. “서현우 씨는 절대로 나를 지배할 수 없어요.” “그래요?” 비웃듯 미소 지으며 서현우가 말했다. “그럼 이렇게 하면요?” 서현우가 갑자기 윤소율의 얼굴을 움켜쥐더니 거칠게 입술을 덮쳤다. 부드럽고 달콤한 그 입술을 한 번 맛본 순간 그는 더는 잊을 수 없었다. 윤소율이 힘껏 밀쳐내려 했으나 서현우의 얇은 입술은 성벽을 무너뜨리듯 거세게 파고들었다. 하지만 그는 오래 머물지 않았고 곧바로 그녀의 입술에서 떨어졌다. 그러자 윤소율의 몸은 순식간에 무엇으로도 메울 수 없는 깊은 구멍처럼 거대한 공허가 밀려와 허전했다. 주먹을 움켜쥐며 윤소율은 간신히 참았고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드는 고통으로만 겨우 정신을 붙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방금의 입맞춤은 오히려 그녀 몸속의 독성을 더 격렬하게 자극했다. 입술을 달싹이며 서현우가 말했다. “음양합환주.” 윤소율이 온몸을 떨며 그를 바라봤다. “서씨 가문은 백 년 전 제국의 황실이었죠. 궁중에서 후궁들이 황제의 총애를 얻기 위해 만들어낸 비밀 주술로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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