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제5화

임채은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윤소율 씨, 당신이 대단한 것 같아요? 수백짜리 계약금으로 연우와 계약하고 연우에서 떠받들어주니까 눈에 뵈는 게 없어요? 그쪽이 유명한 게 뭐요? [종말 2076]의 여주인공은 결국 내가 차지했잖아요?” “허.” 윤소율이 피식 웃었다. “그쪽은 빼앗았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내가 그냥 넘겨준 거죠.” 임채은의 얼굴이 굳어졌다. 윤소율은 한 가닥의 검은 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천천히 말했다. “내가 데뷔한 이래로 아무도 내 역할을 뺏을 수도 없고 감히 뺏으려 시도하지도 못해요. 그쪽이 만약 덤비면 그 대가를 치러야 할 거예요.” 그녀는 임채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임상 그룹과 서씨 가문, 그 남자에게 빌붙으면 마음대로 해도 될 것 같아요? 내가 왜 돌아왔을 것 같은데요?” 임채은이 눈을 가늘게 떴다. “왜 왔는데요?” “당신 남자를 뺏으려고.” 말하며 윤소율이 잠시 멈칫했다. “남자는 물론 당신이 누리는 것, 당신 위치, 당신 명예와 부 전부 원해요.” 임채은의 모든 것을 빼앗으려고 돌아왔다. 이건 그녀가 자신에게 갚아야 할 빚이니까. 임채은은 윤소율의 날카로운 시선에 뒤로 살짝 물러섰다. 여자의 눈에는 은근한 살기가 담겨 있었다. 심지어... 격정적인 원한으로 보였다. “날 많이 미워하는 것 같네요.” 임채은은 눈앞의 사람이 5년 전에 죽은 윤서린이라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그녀의 살벌한 기세에 놀랐다. “역할 하나 가져갔다고 이렇게까지 미워하는 건가요?” 윤소율은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는 그쪽은 그렇게 너그러우면 그 남자 나한테 넘겨주는 게 어때요?” 임채은은 경악했다. “뭐요?” “서현우.” 윤소율이 웃었다. “나 그 남자에게 관심이 많은데.” “윤소율 씨, 참 비열하네요! 감히 내 남자를 탐내요? 그쪽이 뭔데요!” 임채은은 얼굴이 상기되며 분노했다. “미리 말하는데 그쪽이 홀딱 벗고 서현우 앞에 서 있어도 눈길조차 안 줄 거예요.” “비열?” 윤소율은 웃음이 났다. “임채은 씨는 남자를 잘 모르네요. 남자는 아랫도리로 사는 동물이에요. 내가 정말 다 벗고 눈앞에 나타나도 그 사람이 눈길조차 안 줄 거라고 생각해요?” 임채은은 당황했고 윤소율은 더욱 도발적으로 웃었다. “해보기도 전에 어떻게 장담해요? 세상 남자는 다 똑같아요.” 임채은은 화를 내며 말했다. “그래서 그런 수법으로 그 자리까지 오른 건가요? 밖에서 그쪽이 감독이랑 뒹굴고 방탕하게 군다는 소문이 많이 돌던데요. 순수한 척 가면을 쓰는 거라고!” 윤소율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네. 그쪽 말처럼 감독이랑 자고 투자자랑도 잤어요. 이젠 그 사람들로 모자라 그쪽 남자와도 잘 거예요. 자신 있으면 본인 남자 단속이나 잘 해요. 쉽게 얻는 건 재미가 없거든요.” “당신!” 임채은은 갑자기 흥분했다. “당신이 그럴 자격이 있어?” 윤소율이 조롱하며 반박했다. “그러는 그쪽은 자격 있고? 당신도 애초에 내연녀였잖아. 왜, 뺏어온 남자를 다시 뺏길까 봐 두려워?” 임채은은 화가 나서 얼굴이 파랗게 변했다. “경고하는데 그 남자는 당신이 탐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윤소율은 무심하게 말했다. “서 대표는 인물도 뛰어나고 돈과 권력이 하늘을 찌르는데 현국에서 어떤 여자가 탐내지 않겠어?” 임채은은 고함을 질렀다. “넌 자격이 없어!” “내가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는 당신이 결정할 일이 아니야. 임채은 씨, 두고 보자고.” 윤소율이 가려는데 임채은은 갑자기 돌아서서 그녀의 손을 잡으며 음침하게 말했다. “그 사람 침대에 올라가도 상관없어. 근데 그때까지 당신이 살아 있을까?” “그런 말로 날 위협할 수 있다고 생각해?” 윤소율은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차갑게 웃으며 경멸하듯 말했다. “아니면 윤소율 씨는 본인 협박이 내게 통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임채은은 윤소율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며 분노했다. 목구멍에 가시가 박힌 것처럼 괴로웠고 파리라도 삼킨 듯 역겨웠다. 이수진이 뛰어 들어왔다. “채은아...” 임채은은 화가 나서 울먹였다. “저 윤소율이 너무 오만하게 굴잖아.” 그녀는 악랄한 표정을 드러냈다. “오늘 밤에 파티가 있다고 했지? 날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제대로 보여줄 거야!” “채은아, 어떻게 할 건데?” 임채은은 이수진의 귀에 몇 마디 속삭였고 이수진은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곧 마음을 가다듬었다. “알았어.” “최 대표 침대로 보낸 다음 내일까지 기다리면 충성심이 가득한 팬들은 본인 연예인이 스케줄 하나 얻으려고 몸까지 파는 창녀라는 걸 알게 될 거야.” ... 경남 클럽. 윤소율은 차에서 내려 화려한 대문을 올려다보았다. 여긴 경진에서 유명한 사설 클럽으로 많은 부자와 유명인들이 자주 드나들었다. 웨이터가 그녀를 문 앞까지 안내해 문을 열어주자 윤소율은 천천히 들어갔다. 방은 매우 넓었고 60, 70평 규모에 편안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몇 명의 남자들이 소파에 앉아 있었고 모두 낯선 얼굴이었다. 그들은 화끈한 몸매를 지녔거나 사랑스러운 외모를 지닌 각기 다른 여자들을 품에 끼고 있었다. 윤소율은 이미 이런 방탕한 분위기가 익숙한 듯 소파에 태연하게 앉았다. 그녀의 등장이 방 안의 분위기를 확 바꿨다. 윤소율, 최고의 여배우를 누가 모르겠나. 동시에 윤소율은 그들 중 한 여성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한지연. 국내에서 한창 밀어주는 신예 배우로 젊은 나이에 연기력은 부족하지만 자본의 힘 덕분에 인기 신인배우로 자리 잡았다. 비록 스캔들이 많지만 팬층은 두터웠다. “최 대표님!” 한지연은 한 남자의 팔을 감싸며 달콤하게 외쳤다. “왜 다른 여자를 쳐다보는 거예요?” ‘최 대표’로 불리는 남자는 배가 나온 중년으로 머리카락이 듬성듬성하고 살이 뒤룩뒤룩 찐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그가 나무라듯 말했다. “이건 그냥 다른 여자가 아니야. 연우에서 새로 계약한 윤소율이라고!” 윤소율도 그를 알아보았다. 최군은 부동산 개발업자로 몇 년 전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발을 들인 연우의 주주 중 한 명이었다. 한지연은 남몰래 눈을 흘겼다. 그녀가 이렇게 열심히 아첨하는 이유는 이 남자의 호감을 얻으면 다음 작품의 여주인공 자리를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군의 관심은 한지연이 아닌 윤소율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그전까지 윤소율의 실물을 본 적이 없었는데 첫눈에 윤소율을 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세상에 이런 미인이 있다니.’ 검고 부드러운 머릿결, 여린 얼굴, 티 없이 맑은 피부, 붉고 유혹적인 입술까지. 여리고 말랑한 데다 깨끗한 얼굴은 후 불기만 해도 붉어질 것 같아 입 맞추고 싶은 충동을 일으켰다. 청순하면서도 유혹적이고 고고하면서 우아하다는 말이 딱 어울렸다. 옆에 있던 한지연의 매력이 순식간에 반감되었다. 한지연은 불만스럽게 윤소율을 쳐다보며 남들의 이목을 빼앗긴 것에 대해 비꼬듯 말했다. “윤소율 언니, 최 대표님이 특별히 준비해 준 환영회예요. 대스타라 늦게 온 건 어쩔 수 없지만 벌주는 마셔야죠?” 윤소율이 우아하게 턱을 괴었다. “벌주? 감히 누가 내게 벌주를 권하지?” 말하며 그녀는 의미심장하게 최군을 바라보았다. 최군은 윤소율의 눈빛에 제대로 홀려 서둘러 말했다. “아니요. 제가 제대로 대접하지 못했으니 벌주는 제가 마셔야죠!” 한지연은 이를 갈며 분노했다. 이 방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모두 내로라하는 인물들인데 윤소율은 안중에도 두지 않는 것 같았다. 소문에 따르면... 연우가 그녀에게 준 계약금이 무려 200억이었다. 200억! ‘대체 왜?’ 한지연은 생각할수록 분노가 치밀었다. 그러다 임채은이 건넨 미션이 떠올라 고개를 숙여 가방 속에 숨겨둔 약 가루를 살펴보고는 입술을 달싹거렸다. 한지연은 윤소율이 술에 취해 의식을 잃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약을 그녀의 술잔에 타서 최군의 침대로 데려갈 생각이었다.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