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화
나는 괜히 씁쓸했다.
‘눈앞에 아름다운 여자가 있는데도 결국...’
한다정은 민망한 듯 나를 바라봤고 얼굴은 아직 술이 덜 깬 건지 부끄러움 때문인지 여전히 빨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하얀 타월에 감싸인 그녀의 몸은 곡선 하나하나가 아름다웠고 은은하게 풍기는 향기까지도 너무나 매혹적이었다.
그녀가 조용히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서 다녀와...”
나는 그녀의 태도가 살짝 뜻밖이라서 멈칫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임가을한테 괴롭힘을 당하지 말라고 했었는데 오늘은 오히려 날 그저 순순히 보내려고 했다.
내가 영문을 몰라 의아한 눈길을 보내자 한다정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제 열흘밖에 안 남았잖아... 네가 얼마나 힘든지도 알고 있어. 넌 늘 침착하고 마음이 깊은 사람이라는 것도 알아.”
한다정의 그 한마디에 마음이 뭉클해졌다.
그녀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 상황이 어떤지 전부 꿰뚫고 있었다.
사실 나는 남들이 어떻게 보든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었다.
자존심이든 체면이든 그런 건 내게 별 의미가 없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지금만큼은 달랐다.
이상하게도 한다정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꾸 마음에 걸렸고 그건 지금껏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이었다.
“고마워...”
내가 낮은 목소리로 말하자 한다정은 내 말을 단번에 잘랐다.
“고맙단 말은 금지야!”
그러자 나는 그냥 웃었고 이젠 굳이 말로 안 해도 서로 다 알 것 같았다.
한다정은 현관까지 배웅해 주며 조심스레 말했다.
“아... 오늘 밤은 딴생각하지 말고 푹 자. 나 평소에 절대 이런 사람 아니야! 네가 분명 나한테 이상한 약이라도 먹인 거 맞지?”
그녀는 장난스럽게 내게 눈을 흘기고는 문을 닫았고 나도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어떻게 안 떠올릴 수가 있겠니.’
나는 곧장 차를 몰아 화가 난 채로 술집 앞으로 갔고 멀리서도 임가을이 무리와 어울려 길가에 서 있는 게 보였다.
내가 차를 세우자마자 임가을은 남들 앞에서 당당하게 말했다.
“봤지? 내 시종은 이렇게도 잘 듣는다니까.”
진심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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