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화
임가을은 마치 이 싸움의 승자라도 된 듯 오만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나는 그런 임가을을 담담하게 바라만 볼 뿐 내 눈빛에는 그 어떤 감정도 비치지 않았다.
“임 부대표, 한마디만 해도 될까?”
임가을은 비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시종이 어디 감히 주인한테 조언해? 네가 뭘 할 수 있다고 그러는 거야?”
지금까지도 임가을은 내게 온갖 멸시와 독설을 퍼부었고 팔짱을 낀 채 나를 도발하듯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속에서 올라오는 분노를 억누르며 차갑게 말했다.
“앞으로 아홉 날 뒤면 나는 이 회사를 떠날 거야. 내가 남은 기간 동안 네게 넘겨야 할 업무들을 제대로 인수인계 안 해 두면 네가 지금 내 자리 앉는 순간부터 생기는 모든 문제는 다 네 책임이 될 거야.”
임가을은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음을 참지 못했고 아예 책상 위에 앉아 다리를 꼬고 한껏 비웃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직 아홉 날이나 남았잖아? 그럼 그때까진 네 자리 지키면서 얌전히 앉아 있어. 딴생각 말고 네 인생은 원래 우리 집에 묶인 인생이잖아. 넌 살아도 우리 집 시종이고 죽어서도 우리 집 귀신이야.”
그렇게 말하고 임가을은 일부러 허리를 흔들며 유유히 나가버렸고 프로젝트 매니저가 난감한 얼굴로 내게 프로젝트 서류를 내밀었다.
“정 대표님, 이건...”
“그냥 저한테 줘요.”
나는 가볍게 손짓하며 서류를 받아 들었다.
‘그래. 저렇게 나오겠다는데 더는 굳이 맞서 싸울 필요도 없지. 어차피 내가 떠나고 나면 모든 골치 아픈 일은 네가 다 떠안게 될 테니까.’
나는 큰 상자를 하나 구해 사무실 내 내 개인 물건을 전부 담기 시작했다.
이제 아홉 날만 지나면 나는 이 회사와 아무런 상관이 없어질 거고 두 번 다시 돌아올 일도 없을 것이다.
마지막까지 내 할 일만 하면 그동안 임태경 회장님이 내게 해준 것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는 셈이었다.
상자를 들고 사무실을 나서자 직원들은 모두 묘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봤다.
“정 대표님, 안녕하세요.”
“정 대표님...”
“어디로 이사 가시나요? 필요하시면 도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