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화
그 여자는 조심스럽게 무릎을 꿇고 앉아 내 옆에서 바닥에 흩어진 물건들을 하나하나 주워주기 시작했다.
가장 초라하고 수치스러운 순간을 바로 한다정에게 들켜버렸다.
그 순간 내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부끄러워서 땅이라도 꺼졌으면 싶었다.
임가을 앞에서는 자존심도 모욕도 다 버릴 수 있었는데 유독 한다정 앞에서는 마음이 약해졌다.
유리 조각이 바람에 흔들리며 소리를 내는 그때 나는 한다정의 손을 급히 붙잡고 고개를 저었다.
“그만둬. 손 다치겠어.”
한다정은 조용히 내 손등을 두드리며 주변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말했다.
“괜찮아. 우리가 힘을 합치면 뭐든 금방 끝나지.”
그녀의 장난기 섞인 말에 나도 모르게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우리는 금세 물건을 정리했고 한다정은 환하게 웃으며 내게 말했다.
“앞에 새로 생긴 레스토랑 있던데 오늘 스테이크 한번 먹어볼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레스토랑으로 향하는 내내 한다정은 방금 일을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계속 이런저런 재밌는 얘기를 꺼내며 내 신경을 딴 데로 돌려주려 했다.
나는 그런 한다정을 바라보며 내 인생의 어둡고 우울한 틈에 어느새 스며든 한 줄기 빛을 느꼈다.
레스토랑에 막 들어서자마자 임가을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나는 발신자 이름을 보자마자 망설임 없이 전화를 끊었다.
한다정 앞에서 임가을에게 망신당하는 모습까지 보여줬으니 이제는 목소리만 들어도 역겨울 지경이었다.
그런데도 계속 울려대는 벨 소리는 마치 악몽처럼 나를 쫓아왔다.
결국 나는 아예 휴대폰을 꺼버렸고 순식간에 세상이 조용해졌다.
한다정은 내 표정이 무거워진 걸 알아차렸지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대신 내 입맛에 맞는 레스토랑 추천 메뉴를 친절히 설명해 줬다.
그녀와 함께한 시간은 짧았지만 그런 사소한 배려와 세심함에 나는 매번 놀라고는 했다.
아까까지 임가을이 남긴 불쾌함도 한다정 덕분에 조금씩 사라졌다.
주문을 마치고 한다정은 칵테일 두 잔을 가져와 잔을 부딪치며 부드럽게 말했다.
“이 집 시그니처 칵테일이래. 한번 마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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