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화
프로젝트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나는 계약서를 들고 임씨 가문의 공급망 정리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임태경은 별다른 말도 못 했다.
그러나 역시 또 그 낡은 수법으로 나를 불러 앉혀놓고 마음 터놓자고 했다.
안타까운 것은 지금의 내가 예전과 다르다는 것이었다.
임씨 가문이 베푼 은혜는 이미 다 갚았고 그가 품고 있는 꿍꿍이를 생각하면 마음 줄 이유가 없다.
감동받는 건 더더욱 불가능하고 말이다.
“회장님, 각자 갈 길 가요. 서로 체면만 구기지 않게 하면 되는 겁니다.”
“전 아무것도 안 할 테니까요.”
나는 이 말 한마디만 남겼다.
받은 은혜가 있으니 임씨 가문에게 마지막 한 번의 기회는 주고 싶었다.
하지만 정말 이게 마지막이었다.
또 건드려온다면 그땐 정말 미안하다는 말밖에 못 할 테니까.
임가을도 이번에는 조용해졌다.
이번 일로 충격을 받긴 했는지 나에 대한 원망은 더 커진 것 같았다.
하지만 내 눈에는 여전히 철없는 어른아이일 뿐이었다.
내가 정말 신경 쓰이는 사람은 따로 있었는데 바로 임태경이었다.
“여보세요? 오늘 저녁에 좀 들러, 할 말 있어.”
오후, 이선아에게서 전화가 왔고 별생각 없이 알겠다고 했다.
해 질 무렵, 나는 그녀의 피트니스 센터로 향했다.
그녀는 여전히 몸매가 탄탄했고 요가복을 입은 채 섹시한 자태를 뽐내며 내 앞에 섰다.
“이리 와서, 나 좀 워밍업 시켜 줘.”
그녀는 손가락을 까딱였다.
“진짜요? 저 짐승 본능 폭발해서 무슨 짓이라도 하면 어쩌려고요?”
나는 웃으며 가볍게 농담 삼아 튕겼다.
“어서 와~.내가 먼저 덮치기 전에.”
이선아는 말도 참 거침이 없었다.
“됐어요, 이런 건 남녀가 같이하면 안 돼요. 혼자 해요.”
“야! 너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나 너 성도까지 데려갔던 사람이야!”
“이런 사소한 부탁 하나 안 들어줘?”
갑자기 언성이 높아졌고 결국 나는 손을 들었다.
“알았어요. 선아 씨한테 진 빚도 있으니... 뭐 도와주면 돼요?”
그러자 이선아는 씨익 웃더니 말했다.
“그래야지. 그냥 가만히 서 있기만 하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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