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화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순간 이곳이 어떤 바인지 비로소 깨달았다. 그러니 문을 잠그라고 했던 거고, 그러니 남녀가 단둘이 와야 했던 거다. 이곳은 그야말로 극도로 미친 장소였다. 이선아의 얼굴은 더 붉어졌고 순간 부끄러움이 스치고 지나갔다. “나... 나 이런 줄은 몰랐어.” “내 친구가... 분위기 좋은 술집이라 그래서...” 나는 머리가 띵할 지경이었다. ‘이게 분위기 좋은 거라고? 너무 분위기가 있는 거 아니야? 이런 자극적인 환경에서 누가 제정신일 수 있겠어?!’ 게다가 술도 한 잔 들어가서 이미 정신이 좀 띵했다. “우리 그냥 나가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그런데 이선아가 내 팔을 덥석 붙잡았다. “윤재야... 너, 나 이렇게 혼자 두고 갈 수 있어?” 그녀는 취한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평소의 활화산 같던 모습과 달리 수줍고 조심스러운 표정 속에 묘한 유혹이 섞여 있었다. 특히 나를 보려다 눈을 피하는 그 모습이 강한 반전으로 심장을 자극했다. “나... 나...” “윤재야, 나... 안 예뻐?” 그녀는 오히려 나를 끌어당겨 옆에 앉히고는 그렇게 조용히 물었다. “예뻐요... 그런데...” “그런데는 없어. 나... 키스해도 돼?” 그녀는 눈을 감고 얼굴을 붉히며 내게 가까이 다가왔다. 순간 정신이 새하얘졌고 이선아가 주는 자극에 이성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우리는 입을 맞췄고 주변의 소리들과 이선아의 뜨거운 숨결에 이성은 점점 멀어져갔다. 곧 우리는 서로를 끌어안았고 옷가지들도 하나둘 벗겨졌다. 이선아는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다. 그녀의 몸은 보기만 해도 황홀했지만 손에 닿는 순간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나는 더 이상 욕망을 억누를 수 없었다. 모든 게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줄만 알았다. 하지만 그때 핸드폰 벨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순간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고 급히 그녀에게서 몸을 떼어냈다. 이선아도 정신이 돌아온 듯 얼굴이 새빨개져 옷으로 황급히 몸을 가렸다. “나....” “너, 너, 너... 일단 전화부터 받아.” 그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