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화

나는 평생 여자에게 손을 대본 적 없었다. 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참을 수가 없었다. 임가을이 나한테 무슨 짓을 하든 사실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내 금기를 건드린 순간 그건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었다. “너... 너 지금 나 때렸어?” 임가을은 내 따귀를 맞고 그대로 얼어붙더니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임가을, 경고할게.” “내 동생한테 또 한 번이라도 손대봐. 내가 맹세하는데...” “그땐... 널 죽여버릴 거야.” 나는 눈이 벌겋게 충혈된 채 이를 악물고 낮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내 얼굴이 얼마나 일그러져 있을지 모르지만 분명 내 생애 가장 큰 분노였다. “너...” 임가을은 마치 진짜로 겁에 질린 듯한 걸음 물러서더니 공포가 가득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미쳤어... 너 완전 미쳤어.” “난 그냥 네 동생 좋은 병원으로 옮겨주려던 건데...” 아직도 헛소리를 늘어놓는 그녀에게 나는 고함을 질렀다. “꺼져!” 임가을은 겁먹은 눈빛을 하면서도 마지막까지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 “좋아. 정윤재, 이 따귀는 내가 꼭 되갚아줄 거야.” 그러고는 뒤따라온 남자들을 이끌고 병원을 나갔다. 이선아가 찌푸린 얼굴로 내 옆으로 다가왔다. “윤재야, 내가 아는 개인 병원이 하나 있어. 위치도 알려지지 않았고 아주 조용해.” “그쪽으로 네 여동생 옮기자. 걱정 말고... 병원비는 내가 다 낼게.” 나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병상에 누운 여동생을 바라봤다. 마음속으로도 계산을 하고 있었다. 임가을은 절대 병원을 옮기려던 게 아니었을 것이다. 그 속셈이 뻔했다. 이미 병원이 노출된 이상, 더는 여기에 머물 수 없었다. “좋아요. 병원비는 됐어요. 나도 감당할 수 있으니까.” 나는 급히 전원 절차를 밟기 시작했고 이선아도 발 빠르게 그 개인 병원과 연락을 취해 도와줬다. 우리는 자정을 넘어서야 모든 걸 마무리할 수 있었고 그제야 겨우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이선아는 내 옆에 계속 함께 있어 주었다. 그리고 생수를 내밀었다. “진땀 뺐지? 물 좀 마시고 잠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