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화
강다윤은 말을 마치고 돌아서 나가려 했다. 하지만 문이 닫히려는 순간 유하진의 한숨과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니, 이제 그만 하세요. 3년 동안 전 수없이 죽고 싶었어요. 다윤이가 곁에 없었다면 전 이미 이 세상에 없었을 거예요. 그러니까 다윤이 좀 그만 괴롭히세요. 솔직히 지금도 생각해요. 저는 그래도 어머니가 있지만 다윤이는 혼자잖아요.”
“그리고 다윤이는 온 마음을 다해 절 사랑했어요. 하지만 다윤이가 사랑을 쏟아부었을 때 전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인간이었죠. 전 아직도 다윤이를 사랑했다는 증거를 하나도 내밀 수 없어요. 그래서 그냥 다윤이가 외롭지 않다고 느낄 수만 있다면 그걸로 됐어요.”
강다윤의 걸음이 잠시 멈추더니 다시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유하진 씨, 전 단 하루도 유하진 씨를 좋아한 적 없어요. 어릴 때 유하진 씨 뒤를 졸졸 따라다닌 건 유하진 씨가 그 아이들의 우두머리였기 때문이었죠. 유하진 씨 비위만 맞추면 되었으니까요. 한 명에게 괴롭힘당하는 게 여러 명에게 당하는 것보단 낫잖아요.”
“실명했던 그 3년 동안에도 난 단 하루도 유하진 씨를 돌보고 싶지 않았어요. 하지만 유하진 씨 어머니가 내가 대학교에 못 가게 막고 우리 아버지를 들먹이면서 협박했죠. 그 3년은 유하진 씨에게 구원이었겠지만 나한테는 지옥이었어요.”
“그러다가 유하진 씨 시력이 돌아오고 나서 나랑 결혼하지 않겠다고 했을 때 내가 얼마나 기뻤는지 알아요? 드디어 위선적인 두 사람에게서 벗어날 줄 알았는데 두 사람은 끝까지 놓아주지 않았죠. 유하진 씨, 대체 어디서 내가 유하진 씨를 사랑한다고 착각한 거예요?”
‘정말 어이가 없네.'
더 가소로웠던 건 그가 함께 지내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사랑하게 되었다고 믿는다는 것이었다.
그 기이하고 일그러진 사랑이 강다윤의 온몸을 차갑게 했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돌아섰다.
강다윤이 1층 로비에 도착했을 때 옆에서 둔탁한 소리가 났고 무언가가 위에서 떨어졌다. 고개를 돌리자 피와 살점이 흩어진 채 한 사람이 쓰러져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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