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2화
이런 동네에서는 흔한 일인지라 진서라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다만 사방이 새까맣게 어두워 불안감이 몰려왔다.
그래서 발걸음을 재촉해 신분증 등록이 필요 없는 불법 모텔을 잡았다.
방을 잡자마자 부랴부랴 샤워를 하고, 낮에 산 명품 옷을 안고 잠들 채비를 했다. 그런데 바깥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천장에서 빗물이 똑똑 그녀의 얼굴 위로 떨어졌다.
“...”
‘뭐 이런 개판이 다 있어. 지붕에서 물이 샌다고?’
진서라는 화를 내며 주인에게 따졌다. 결국 금액의 절반을 환불을 받고 방을 다른 호실로 교체했다.
새 방은 아까보다 상태가 나았다. 진서라는 그대로 기절하듯 잠들었다.
어렴풋이 바깥이 소란스러웠다. 누구는 불을 꺼야 한다고 외치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며칠째 제대로 못 잔 터라 눈꺼풀은 납처럼 무거웠다. 그래서 그냥 몸을 뒤집고 다시 잤다.
다음 날, 아침을 사러 내려가다 어젯밤 처음 묵으려던 그 방 앞을 지나게 됐다. 안에서 누군가 짐을 치우고 있었다. 호기심이 동해 목을 길게 빼고 들여다보니, 이불이며 책상까지 새까맣게 타 버린 흔적이 보였다.
진서라가 미간을 찌푸렸다.
‘뭐야, 불이라도 난 거야?’
마침 주인이 안에서 나왔다. 그녀는 서둘러 붙잡고 무슨 일이었는지 물었다.
“어젯밤 이 방에서 갑자기 불이 났어요. 아가씨가 그때 급히 방을 바꾸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했죠, 불이 그렇게 컸는데...”
말을 다 잇지 못했지만, 진서라는 식은땀이 쭉 흘렀다.
방 안에 있던 모든 것이 숯덩이가 된 걸 보니, 어젯밤 방을 안 바꿨다면 목숨은 건졌다 해도 중상은 면치 못했을 것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뭐 그렇게 운이 없나 투덜댔는데, 지금은 천만다행이었다.
그녀는 두 손 모아 기도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운이 트였어. 하늘이 지켜준 거야.’
그리고 다시 내려가 아침을 사러 갔다.
두 걸음 가다 말고, 그녀는 번쩍 고개를 들어 그 방을 올려다봤다. 그 순간 눈동자가 확 오그라들었다.
뭔가 이상했다.
그 방은 어젯밤 아무도 묵지 않았다. 그런데 왜 갑자기 불이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