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6화
힘이 빠져 축 늘어져 있던 몸을 간신히 뒤집고 두 손으로 땅을 짚으며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멀리서는 거대한 나무들이 바람에 정처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끝을 알 수 없는 어둠 속에서 간간이 들려오는 까마귀의 울음소리가 으스스한 밤을 더욱 섬뜩하게 만들고 있었다.
은색의 달빛이 진서라의 창백한 손 위로 드리워졌다. 그녀의 모습은 마치 지옥에서 금방 기어 올라온 원귀처럼 보였다.
진서라가 정신을 차리자 구덩이를 파고 있던 남자가 고개를 돌렸다. 달빛을 등진 그의 표정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진서라는 남자의 존재만으로도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녀의 눈동자는 불안과 공포로 가득 차 있었고, 온몸은 저도 모르게 사시나무처럼 바들바들 떨려왔다. 어떻게든 살고 싶다는 마음에 진서라는 절망 어린 눈빛으로 바닥을 기었다.
“제발... 제발 죽이지 말아주세요... 살려주세요...”
등 뒤에서 들려오던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사신의 기척 같은 그 발걸음 소리는 진서라의 심장을 무겁게 짓밟았다.
진서라는 감히 뒤돌아보지도 못한 채, 죽을 힘을 다해 앞으로 기어갔다. 달빛에 비친 중년 남자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나며 그녀를 완전히 덮쳤다. 그 모습은 마치 사신의 거대한 낫이 진서라의 등을 천천히 내려치는 것 같았다.
“쿵!”
철로 된 삽이 그녀의 뒤통수를 힘껏 내리쳤다. 진서라는 눈앞이 번쩍할 정도의 끔찍한 고통에 몸을 휘청거렸다. 힘이 다 빠져있던 몸은 그대로 바닥에 풀썩 쓰러지고 말았다.
후두부에서 피가 솟구쳐 흐르는 것이 느껴지며 진한 피비린내가 주위에 풍기기 시작했다.
극심한 고통에 몸이 파르르 떨리며 경련했다. 두 손은 힘없이 풀려 땅바닥에 축 늘어졌고, 반쯤 감긴 눈에서는 공포와 절망의 감정이 서렸다. 달빛에 길게 드리워진 남자의 그림자가 다시 철삽을 높이 치켜드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진서라의 시야가 흐릿해졌다.
‘정말 여기서 이렇게 허망하게 죽는 걸까. 외딴 들판에서 아무 이유도 모른 채, 이렇게?’
그때였다. 울창한 나무숲 사이에서 발소리가 들리더니 맑고 청아한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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