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8화

윤라희의 희미한 웃음에는 묘하게 섬뜩한 냉기가 스며 있었다. ‘이중잣대 하나는 정말 끝내주네. 분명 날 계속 저격해서 나락으로 보낸 건 하유선인데, 이 사람 눈에는 내가 하유선을 함정에 빠뜨리려고 한 걸로 보였구나.’ ‘정말이지, 웃기지도 않네.’ 윤라희가 싸늘한 눈빛으로 바라보자, 서경만은 괜히 불편해졌다. ‘내가 무슨 틀린 말이라도 했나? 왜 저렇게 삐딱하게 웃는 거지?’ “내 생각엔 너도 유선이랑 제대로 얘기를 나눠보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래도 한때는 둘이 친했었잖아.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난 그런 친구 필요 없어요. 곁에 둬 봤자 내 수명만 깎일 것 같으니까.” 윤라희가 차가운 목소리로 서경민의 말을 끊었다. 그는 답답한 마음에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설득을 이어 나갔다. “유선이가 조금 부족할 수는 있어도, 성격은 정말 착한 사람이야. 네가 먼저 건드리지만 않았어도, 유선이가 그렇게까지 나오는 일은 없었을 거야.” “내가 먼저 하유선을 건드렸다고요?” 윤라희는 웃긴다는 듯 코웃음을 흘리며 따져 물었다. “말해 봐요. 내가 뭘 어떻게 건드렸다는 건데요? 내가 대체 뭘 잘못했다고 그러는 건데요!” 윤라희는 차라리 뭐가 잘못됐는지 제대로 따져 묻고 싶었다. 자기가 대체 뭘 잘못해서 하유선에게 짓밟혀야 했는지, 명예를 잃고 집안까지 망해야 했는지 제대로 알아야 했다. “정말 모르겠어? 전에 네가 유선이한테... 약을...” “앞을 봐요! 앞에! 길을 보라고요! 하마터면 나무 들이받을 뻔했잖아요!” 윤라희가 깜짝 놀라 소리치자 서경민도 화들짝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 정말 그녀의 말대로 차가 옆길에 있던 가로수를 들이받을 뻔했다. 그는 급히 핸들을 왼쪽으로 꺾어 차를 바로 세웠다. 윤라희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겨우 호흡을 진정시켰다. “제발, 운전 좀 제대로 해요. 난 아직 죽고 싶지 않거든요.” “크흠.” 서경민은 머쓱하게 헛기침했다. “미안, 방금 좀 한눈파느라.” “서 대표님, 운전 똑바로 못 하겠으면 그냥 내가 할게요.” “웃기지 마.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