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8화
“어차피 이미 뱀한테 물렸잖아요. 한 번이든, 여러 번이든 물린 건 똑같으니까. 아직 물리지 않은 우리가 굳이 나가서 물릴 필요는 없죠.”
워낙 목소리가 작았던 탓에 이런 말을 꺼낸 사람이 누구인지조차 분간되지 않았다. 그만큼 그들도 자신들이 얼마나 천인공노할 소리를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서경민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
“못 낀다는 거죠? 좋아요. 그럼 내가 나갈게요. 그 대신 윤라희 들여보내요.”
“안 돼요!”
“지금 텐트 밖은 죄다 뱀 밭인데, 텐트 열면 뱀이 안으로 같이 들어올 수도 있잖아요!”
“맞아요! 그리고 서 대표님이 안에서 어떻게 나갈 건데요? 우리도 지금 몸 하나 움직일 틈이 없는데, 어떻게 나가요?”
“난 뱀한테 물리고 싶지 않아요. 윤라희가 꾸물거리다가 뒤떨어진 건데, 그게 우리랑 대체 무슨 상관이에요? 우리가 왜 윤라희가 자초한 결과를 다 떠안아야 하는데요...”
하유선은 그런 이기적인 말들을 들으며, 필사적으로 문을 열어보려 애쓰는 윤라희의 손을 바라보더니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
‘윤라희, 라희야...’
‘네가 뱀을 그렇게 무서워한다며? 그럼 지금 마음껏 한 번 즐겨 봐.’
‘차라리 독사들한테 갈기갈기 찢겨 죽는다면 더 좋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하유선을 안고 있던 서경민은 갑자기 그녀를 힘껏 밀어내더니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
“좋아요, 다들 그렇게 죽기 싫다면 내가 어떻게 설득해도 안 들어먹겠죠. 내가 직접 나가서 윤라희랑 바꿀 거예요.”
주위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모두 빠르게 달려들어 서경민을 붙잡았다. 지금 텐트를 연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행위였다. 사람들은 미천한 윤라희 하나 때문에 그런 위험까지 감수하고 싶지 않았다.
소하은은 고개를 숙여 방금 뱀에게 물렸던 자신의 발을 슬쩍 눌러봤다. 상처 주위가 딱딱하고 저릿저릿해 났다.
분명 독사이긴 한데 독성이 그렇게 강한 뱀은 아닌 것 같았다. 예전에 정글 어드벤처를 할 때도 비슷한 뱀에게 물린 적이 있었는데, 지금의 상처가 그때와 똑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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