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9화
‘널 내보내고 윤라희랑 함께 있도록 하는 게, 사람을 바꾸는 거랑 대체 뭐가 다르다는 거야!’
‘어차피 텐트 지퍼를 열어줘야 하잖아!
‘경찰이 오기 전까지는 절대 못 열어!’
서경민은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끼며, 자신을 붙잡고 있던 사람들을 거칠게 뿌리쳤다. 분노가 폭발하려던 그때, 하유선이 새된 비명을 지르며 서경민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꺄악!”
“뱀! 경민 오빠, 나 너무 무서워요. 뱀이에요, 경민 오빠!”
하유선은 공포에 질린 얼굴로 서경민의 허리를 꼭 끌어안았다. 그녀의 가녀린 몸을 쉴 틈 없이 덜덜 떨렸다.
서경민은 본능적으로 하유선을 끌어안았다.
“괜찮아, 유선아. 내가 여기 있잖아...”
“너무 무서워요, 경민 오빠. 다시는 나 버리지 마요. 나 뱀한테 또 물리고 싶지는 않아요.”
그 순간, 서경민의 심장에서는 무거운 돌로 얻어맞은 듯 깊고도 무거운 통증이 몰려왔다. 그와 동시에 죄책감도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하유선이 말하는 게 어떤 것인지는 서경민도 잘 알고 있었다. 어릴 적 그 사건이었다. 그때도 하유선은 서경민을 구해내고 대신 뱀에게 물려 주었다. 그런데도 서경민은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도망쳐 나오며, 하유선을 그 자리에 버려두고 말았다.
그 일은 여전히 서경민의 마음속에 각인 되어 깊은 죄책감과 후회를 자아냈다. 바로 그 일 때문에 서경민은 여전히 하유선을 위해 무조건적인 인내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가 아무리 서경민을 달래며 희롱하고 어장 속의 물고기 취급을 해도 기꺼이 감내해 줄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자신이 하유선에게 진 빚이었다.
그 생각에 서경민은 하유선을 끌어안고 있던 팔에 더욱 힘을 주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깊은 후회와 자책의 감정이 담겨 있었다.
“미안해, 유선아... 미안해. 일부러 널 버린 건 아니었어... 미안해...”
서경민은 인신매매 유괴범들에게 잡혀 있던 긴 시간 동안, 몇 번이나 죽을 위기를 넘겼고, 겨우 탈출해 살아남았다.
그때의 서경민은 너무 어렸고, 그저 죽는 게 두려웠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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