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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윤라희는 아무 말 없이 케이크 한 조각을 받아 조용히 입에 넣었다. 그 묵묵한 모습에 주강혁은 그녀가 크게 상심했을 거라 짐작하고 안쓰러워했다. “서경민 진짜 못됐다니까! 부부가 하루만 살아도 백일은 정이 남는다는데, 너랑 한 달이나 지냈으면서 이렇게 매정하게 굴다니 말이 돼?” “컥... 켁켁켁...” 느닷없는 말에 윤라희가 케이크를 목에 걸려 연거푸 기침했다. 주강혁은 황급히 윤라희의 등을 두드리며 달랬다. “아이고, 얼마나 분했으면 기침까지 나오냐.” “...오빠, 제발 입 좀 닫아.” 윤라희는 속으로만 투덜대며 테이블 위 음료를 들어 목을 축였다. 숨을 가다듬고 나서야 담담히 말했다. “나랑 서 대표 사이에는 아무 일도 없었어. 서로 깨끗해.” 그 말을 들은 주강혁의 눈빛에는 더 깊은 연민이 어렸다. ‘우리 불쌍한 라희... 충격 때문에 기억까지 뒤죽박죽인가?’ 윤라희가 차씨 집안에서 쫓겨난 건 서경민과 바람났다는 소문 때문이었고, 한때는 서경민에게 스폰까지 받았다는 얘기도 돌았으니까. 윤라희는 그 동정 어린 시선을 느끼고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 “지금 그 표정 뭐야?” 주강혁은 그녀의 손을 잡고 토닥이며 말했다. “라희야, 이해해. 버림받으면 당연히 속상하지. 서경민처럼 돈 많고 잘생기고 몸까지 좋은 남자를 좋아하게 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야. 근데 말이야, 서경민 옆에 있던 여자는 일주일도 못 버티는데 너는 무려 한 달이나 함께했잖아. 그만큼 넌 특별했단 뜻이야. 그러니까 너무 상처받지 마.” “...” 윤라희는 눈을 가늘게 뜨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상상력이 왜 이렇게 풍부해.’ “스톱!” 윤라희가 손바닥을 번쩍 들어 그의 말을 끊었다. “다시 말하지만, 나 서경민한테 눈곱만큼도 관심 없어. 그 인간은 바람둥이에다 위생 상태도 의심스러워. 내가 머리가 어떻게 됐다고 그런 사람을 좋아해?” ‘얼굴이든 몸이든 능력이든 배경이든, 서경민이 차도겸보다 나은 게 뭐가 있다고?’ 윤라희의 단호한 표정을 보고 주강혁은 머리를 긁적이며 어리둥절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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