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화

하유선이 느끼기에 차 안의 공기는 뜨거운 데다가 답답하기까지 했다. 운전기사가 난감한 표정으로 룸미러를 통해 뒤를 살폈다. “나는 추워.” 차도겸이 무심하게 한 마디 던졌다. 윤라희는 머리를 닦던 손이 잠시 멈췄다. 추운 건 차도겸인데, 자신은 괜히 기대를 했던 걸까 싶었다. 하유선은 흠뻑 젖은 윤라희를 힐끗 보더니, 이마에 맺힌 땀을 손등으로 훔치는 차도겸까지 확인하고는 속으로 손톱이 휘어질 만큼 주먹을 쥐었다. ‘윤라희가 그런 역겨운 짓까지 했는데도... 아직도 오빠 마음속에서 뿌리 못 뽑은 거야?’ 질투가 들불처럼 번지자, 하유선은 손톱으로 손바닥을 깊게 파고들었다. 하지만 곧 표정을 다잡고 상냥하게 웃었다. “오빠, 일부러 마중 나와 줘서 고마워요. 그런데... 라희야, 옷이 왜 그렇게 다 젖었어?” 하유선은 싱긋 웃었다. 윤라희는 그 가식 어린 미소가 역겨워 속으로 눈을 굴렸다. ‘앞뒤가 다른 얼굴로 숨 쉬는 게 그렇게 좋나?’ “비 맞았어.” 담담한 목소리였다. 하유선은 더 환하게 웃었다. “비가 정말 엄청 왔잖아. 퇴근 시간이라 택시도 안 잡히고. 지금 어디 가? 우리랑 같이 가.” 윤라희는 시선을 내려 눈속의 감정을 감췄다. 차도겸은 원래 하유선을 데리러 온 길, 자신은 그저 우연히 마주친 존재일 뿐이었다. 우리라니, 둘이 한 몸인 듯 다정한 그 단어에 그녀는 그저 끼어든 타인일 뿐이었다. 창밖 빗줄기가 잦아들 무렵, 윤라희가 무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신경 쓰지 마. 앞에 쇼핑몰 앞에서 내려 주면 돼.” 차도겸은 그녀를 힐끗 보더니 입술을 굳게 다물었고 한층 싸늘한 기운이 뿜어졌다. 하지만 이내 다시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윤라희는 그 눈빛을 못 봤지만 하유선은 보았다. 가슴이 찔리듯 아파 눈가에 분노가 스쳤다. 그러나 입술에는 달콤한 미소가 번졌다. “아니야, 괜찮아. 오늘 부모님이랑 저녁 약속이 있지만 조금 늦어도 돼. 맞죠, 도겸 오빠?” 그녀의 애교 섞인 음성은 연인의 귓속말처럼 달콤해 제삼자가 끼어들 틈조차 없었다. 윤라희는 수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