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화
눈물이 편지 위로 흘러내려 종이 위에 얼룩처럼 번졌다.
백하임은 입을 벌리고 헐떡이며 숨을 쉬었지만 마음 깊숙한 곳에서 올라오는 고통을 견딜 수가 없었다.
고선호가 반지를 돌려달라고 했지만 그녀가 어떻게 줄 수 있겠는가.
그건 그가 남긴 몇 안 되는 물건은 모두 백하임 것이었다.
백하임은 서재에서 밤을 지새웠다.
집사는 몇 번이나 문을 두드리려 했지만 여자의 흐느낌에 발길을 멈췄다.
다음 날, 백하임은 소식을 받았다.
백여진이 자신을 만나고 싶다는 것이었다.
백하임은 집사에게 부탁해 경찰서로 데려다 달라고 했다.
차에서 내리기 전, 백하임은 마음을 크게 다잡았다.
이내 다시 백여진과 마주쳤지만 그녀는 어둠 속에 있어 확실히 보이지 않았다.
가까이 다가간 백하임은 그녀의 눈이 퉁퉁 부어 있는 걸 발견했다.
언니를 보는 순간, 백여진은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서며 물었다.
“언니, 선호는? 선호는 괜찮아?”
백하임의 침묵에 백여진의 마음은 점점 싸늘하게 식어갔다.
그녀는 손을 내밀어 백하임의 옷깃을 움켜쥐고 광기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왜? 다 언니 때문이잖아! 왜 도망쳤어! 정작 죽었어야 할 사람은 언니잖아! 선호를 죽인 건 바로 언니야! 다 언니 때문이야!”
백하임은 그녀의 손을 떼어내고 허리를 꼿꼿하게 펴며 입을 열었다.
“칼을 든 건 내가 아니야. 죽인 건 너잖아. 년 전 널 국내에 남겨둔 건 미안했어. 그러니 네가 날 함정에 빠뜨리거나 약을 강제로 먹인 것쯤은 다 용서할 수 있어. 하지만 선호와 우리의 원한은 무관해. 넌 선호를 죽였어. 그래서 나는 널 평생 용서하지 않을 거야.”
백여진은 그 말에 피식 웃음을 터뜨리더니 온 힘을 다해 소리쳤다.
“용서? 용서했다고 해야 맞잖아! 왜 언니는 다 쉽게 가질 수 있는 거야? 언니만 아니었다면 난 벌써 선호랑 결혼해서 아이까지 낳았을 텐데... 언니 때문에 내 행복이 다 깨졌어!”
백하임은 냉정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이제는 동생의 마음을 더 이상 헤아릴 수 없음을 깨달았다.
백여진은 이미 미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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